▲ 최정권 발트건축사사무소 대표.
▲ 최정권 발트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은 세계 건축계의 큰 행사로 매년 3월 프리츠커 가문이 운영하는 하얏트 재단이 발표한다. 영국 왕립 건축가 협회 상인 RIBA 로얄 금메달이나 미국 건축가 협회 상인 AIA 금메달에 비하면 역사가 짧지만 건축가에게 최고의 영광으로 여겨지는 건축상이다. 1억2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과 더불어 근현대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들이 수상하기에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건축상이 되었다,

필자가 다음달에 발표될 2023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주목하는 건 현재 세계 건축계의 이슈와 추구 가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UN기후변화협약 슬로건 'Think Globally, Act Locally'처럼 건축계의 세계적 이슈를 생각하고 우리 인천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행동 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사를 소개하면서 매년 세계 건축계가 주목한 이슈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2022년, 서아프리카 출신의 프란시스 케레(Diébédo Francis Kéré)

그는 아프리카의 지역적 재료와 구조를 활용,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를 참여시키면서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였다. 그가 프로젝트에 사용한 재료는 진흙과 목재로 그 선택과 사용이 무척 인상적이다. 진흙의 경우 지역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건축 재료로써 진흙을 처음에는 불신했다. 이를 극복하려고 오랜 기간 프란시스 케레는 직접 진흙의 유용함을 보여주고 수정 보완을 거쳐 실험하며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더불어 그는 평면을 땅에 직접 그리며 주민들의 이해를 높였다고 한다. 그는 '로컬'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고찰을 통한 그의 건축을 이루어 나갔던 것이다,

 

2021년, 프랑스의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장 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

라카통과 바살의 작업은 사적인 공간부터 사회·공공 공간, 문화와 교육 시설을 아우르지만, 이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가치관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한 존중'이다. '절대 파괴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고수하는 이 건축사들은 건물이 가진 원래 특성을 유지하는 한편, 노후한 인프라를 보강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 결과 낡은 공공시설과 주택 등 여러 건축물은 본래 모습을 지키면서도 강화된 기능을 갖게 된다. 결국 라카통은 “철거는 쉽고 단기적인 결정이며, 에너지와 물질은 물론 역사까지 낭비하는 행위”라면서 “우리에게 철거는 폭력과 같다”는 뜻을 밝힌 것과 같이 그의 건축을 만들고 있다.

 

2020년, 아일랜드의 이본 파렐(Ivonne Farrell)과 셸리 맥나마라(Shelley McNamara)

이들의 작업은 산악 지대가 많은 모국 아일랜드의 지리와 기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는 “도시 환경과 건설 기술의 숙달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역사를 존중하고 새로운 공간을 현장 고유의 맥락에 맞게 창조한다는 점에서 파렐과 맥나마라의 협업은 그들만의 목소리를 지닌 영향력 있는 작품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역사와 자연에 대한 깊은 감수성을 녹여낸 건축을 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프리츠커 수상 건축사들의 작업 주제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역의 맥락에 맞는 건축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천은 바다를 품고 있는 자연환경과 철거에 직면한 원도심, 그리고 물류 및 제조업 시설이 발달한 지역으로 앞서 건축사들이 다룬 주제와 연관성이 높은 곳이라 생각한다. 프리츠커상을 떠나 우리 인천의 지역성을 창조적으로 반영한 건축물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곧 발표 될 프리츠커 수상자를 기다려 본다.

/최정권 발트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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