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금리…땅 꺼지는 한숨

인천 중기 대출 잔액 지난해 53조6411억원
전년보다 6.4% 늘어나…'역대 최대' 금액

전국 고금리 대출비중 작년 11월 83.8%
14년 만에 최고치…자금조달 어려움 호소

제조업 생산성도 추락…매출로도 못 메워
이자 보전·경영안정지원금 확대 등 목소리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이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이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에서 빌린 대출 잔액이 최근 들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은행에서 끌어 쓴 액수가 늘면 당연히 갚을 원금도 부담이지만 사실, 요즘 더 심각한 금융 리스크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금리 인상에 있다. 금리 인상 시기엔 대출 잔액을 줄이는 게 기업 위기관리에서 중요 공식이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고착화된 불경기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다.

 


 

▲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 전경과 연도별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별 비중 관련 표. /인천일보 DB·그래픽 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 전경과 연도별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별 비중 관련 표. /인천일보 DB·그래픽 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1년 새 예금은행 잔액 3조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 '역대 최대'

20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예금은행 인천지역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53조6411억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도 1400억원이 늘어나 역대 최고 금액에다 1년 전인 2021년 11월(50조4078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4% 증가했다.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 확대는 전국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다만, 인천지역 상승세는 같은 기간 11.9% 오른 세종과 서울(10.7%), 경기(8.2%), 부산(7.4%), 제주(7.2%)에 이어 17개 시·도 가운데 6위 수준으로 상위권에 있다는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 대기업 할 거 없이 인천지역 기업들이 예금은행에 빌린 돈은 지난 11월 기준으로 모두 58조2703억원. 여기서 중소기업 몫은 92.1%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가구제조업을 운영하는 정민욱(49)씨는 “올해 들어 1금융권에서 빌린 대출 금리는 7%를 넘겼고, 2금융권 대출 금리는 10%를 웃돈다.

금리 인상에 갚을 돈은 늘어나고 은행돈 더 융통할수록 신용도는 떨어지니 저신용, 고금리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고금리 대출 비중 83.8%. 14년 만에 최고

은행권에선 대출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 산업계는 물론이고 정치 쪽에서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성과급과 퇴직금 등으로 '나 홀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속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예대 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를 주문하고 나서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예금은행의 전국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은 28.8%로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9.6배로 커진 숫자다.

코로나 전인 2019년 8.6%에서 코로나 첫해인 2020년 3.5%로 뚝 떨어진 데 이어 2021년 3.0%로 소폭 더 떨어졌다가 지난해 30%에 육박하게 폭증했다.

월별로 따지면 지난해 11월 경우 83.8%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92.3%)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고금리 대출 비중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지난해 1월 5.4%에서 11월 83.8%까지 치솟다가 12월에는 77.3%로 소폭 줄어든 상태다.

반대로 저금리인 금리 3% 미만 대출 비중은 2021년 60.9%에서 지난해 11.9%로 대폭 축소됐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도 지난해 12월 5.7%로 1년 전(3.37%)보다 1.7배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수치 5.7%는 2012년 6월(5.81%)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금리다.

중소기업 금리 부담은 대기업보다 훨씬 높아 형평성 부분에서도 논란이 있다.

지난해 예금은행 대기업 대출 중 금리 5% 이상 대출 비중은 18.9%로 전년(3.0%)보다 6.3배로 커졌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9.6배인 것과 차이가 있다.

 

▲대출 갚으려면 기업이 돈 벌어야 하는데…경기지표 '빨간 불'

코로나 시국 속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라는 복합 경제위기에서 인천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금 갚으면서 기업을 운영하려면 우선적으로 매출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경기 호전을 말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지난 1월 초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발표한 '인천지역 실물경제동향' 자료에서 1월 인천 제조업 경기지수(BSI) 전망치는 64를 기록해 전달보다 4p 하락했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보다 많음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2분기 80을 기록하며 호전될 기미를 보였던 제조업 전망치가 6개월 만에 크게 후퇴했다.

지난 12월 인천 지역 제조업 생산율도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20%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1분기 사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22.7%)과 전기장비(-16.6%) 등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생산성이 악화하면서 기업의 투자 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설비투자와 고용 등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 12월 인천 지역 설비투자 BSI는 86으로 11월 대비 6p 하락해 지난해 처음으로 90 미만을 기록했다. 지난해 꾸준히 증가했던 인천 지역 제조업 취업자 수도 11월 기준 1만명 감소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작년 말에 금리와 물가가 한창 오르고 있어서 관련된 조사를 벌였던 적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기업들 어려움이 많다고 확인됐다”며 “대출만기연장 정책과 상환유예 정책이 있었는데도 크게 체감을 못하고 있다는 반응들이었다. 이자보전이나 경영안정지원금을 확대하고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정책자금을 확대하는 등 기업이 조금 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게 기업들 요구”라고 전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