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일 한역(韓易) 연구소 소장.
▲ 한태일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다가오는 미래를 알아보는 방법의 하나가 상·수·리(象數理)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일반인들이 상수리를 캐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상수리를 담고 있는 <주역>을 공부하는 것이다. <주역>은 앞일을 예측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다. 마치 워게임(war game)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승패를 예측해보듯 주역점(周易占)도 마찬가지다. 즉 점을 쳐서 괘(卦)와 효(爻)를 뽑아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점괘를 해석하는 것인데 오죽하면 ‘꿈보다 해몽’이라 했겠는가. 괘와 효의 글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서술되어 해석하는 사람마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다. 이처럼 점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화풍정괘와 중지곤괘의 점례(占例)를 통해 알아보자.

화풍정괘(火風鼎卦)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위에 세 발 솥을 걸어 놓고 음식을 익혀 먹는다는 괘로 이 정괘를 보고 솥을 만들었다고 한다. 화풍정괘의 네 번째(구사) 효는 “솥 다리가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었으니 그 얼굴이 젖음이라 흉하도다”(鼎折足 覆公餗 其形凶)라고 적혀있다. 임금에게 바칠 밥을 짓던 솥 다리가 부러져 밥솥을 엎어버렸으니 상식적으로 봐도 나쁜 점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자의 제자인 안자(顔子)의 해석은 정반대였다. 공자가 제나라에 식량을 구하러 자공(子貢)을 보낸 지 오래됐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제자들은 걱정이 되어 점을 쳤는데 화풍정괘(구사)가 나온 것이 아닌가. 그러자 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모두 굶어 죽게 되었으니 큰일 났다”면서 큰 걱정을 하였으나 안자 홀로 빙긋이 웃으면서 “오늘 미시(未時)가 되면 풍랑도 가라앉고 배에 식량을 싣고 올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안자가 점괘를 풀이한 그대로 되었다. 그 이유인즉 솥의 다리가 끊어진 동그란 가마솥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로 보았으며, 원래 정괘는 솥에다 밥을 짓는 것인데 구사는 하루로 말하면 오전에서 오후로 막 넘어간 때이므로 오후 첫 시간인 미시(오후1~3시)로 봐서 배에 곡식을 싣고 물 위에 둥둥 떠오르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대산주역강의> ‘화풍정괘’]

그리고 중지곤괘에 나오는 ‘황상원길(黃裳元吉)’이란 점례를 보자. <춘추좌씨전> ‘소공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남괴(南蒯)는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자기를 예우해주지 않자 반란을 일으키기 전 점을 쳤는데 ‘황상원길’의 점괘가 나왔다. 황상원길은 주역 점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좋은 점괘다. 그러니 당연히 남괴는 ‘누런(黃) 치마(裳)이니 크게(元) 길하다(吉)’로 해석하여 자신이 임금이 입는 황색 곤룡포를 입을 것이라는 길한 괘로 여겼다. 그래서 자신 있게 자복혜백(子服惠伯)에게 “이 점괘는 황색 곤룡포를 입고 용상에 앉는 임금이 되는 것이니 일이 성사되어 길한 것이 아니냐?”라고 물었으나 혜백의 해석은 180도 달랐다. “충신(忠信)의 일에는 옳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패하리라”고 하였는데 과연 남괴가 역모를 꾸미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혜백의 해석은 이랬다. “황상원길의 황(黃)은 중앙의 색이요, 치마(裳)는 아래의 꾸밈(飾)이요, 원(元)은 선의 으뜸이라서 길한 것이다. 그런데 신하가 두 마음을 품어 불충하면 그 색을 얻지 못할 것이요, 아랫사람이 공손하지 않으면 그 꾸밈을 얻지 못할 것이요, 일이 선하지 않으면 그 지극함(極)을 얻지 못할 것이다”고 하였다. 이처럼 주역점은 ‘하고자 하는 일이 선(善)하지 않으면 그 지극함을 얻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다.

/한태일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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