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등을 두고 서민의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이 같은 목소리에는 귀를 틀어막은 채 난방비 폭등을 정쟁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나마 인천시와 인천 정치권은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있으나 난방비 폭등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경인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1월 대비 29.2% 올랐다. 이 가운데 도시가스 37.7%, 전기료 29.5%, 지역 난방비 34.6%가 올랐다. 인상률만 보더라도 '악' 소리가 나는데 서민들이 실제로 짊어져야 할 부담은 크기만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 서로 네 탓 내 탓만 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난방비 급등 문제에 대해 공방을 이어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야권은 난방비 급등 사태 등을 지적하며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취약계층과 서민의 고통을 초래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여당은 난방비 인상 요인이 있었는데도 문재인 정부에서 제때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주원인으로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지목했다. 이에 앞서 인천 한 여권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까지 가서 난방비 폭등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아집으로 초래되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해득실로 정쟁을 벌이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 입에서 곡소리가 나는데도 정쟁과 개인의 정치 수단으로 삼는 것이 한심할 노릇이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지급하는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올 초 14만5000원에서 15만2000원으로 4.8% 올린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30만4000원으로 10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천시도 이달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복지시설에 난방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난방비 폭등, 정확히 말하자면 에너지 가격 폭등이 취약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국민이 직면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정부와 여당은 전 정부 탓과 야당과의 다툼을 멈추고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여당에게 바라는 것은 정쟁이 아닌 민생정치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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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급등…인천 곳곳서 비명 7일 오전 10시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한 경로당. 활짝 열려 있어야 할 경로당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최근 난방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운영 시간을 기존보다 한 시간 늦췄기 때문이다.이곳에서 만난 강모(81) 할아버지는 “1년 전에는 가스요금이 한 달에 33만원 정도 나왔는데 올해 들어 56만원이 나왔다”며 “원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했었는데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인근 한 아파트 경로당도 상황은 비슷했다.김모(76) 할머니는 “지난해 14만∼17만원 취약층만 난방비 지원…중산층도 고지서 '보기 두렵다' 광주시에 거주중인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 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걱정이 커졌다. 3살 된 딸이 어린이집에서 방학하며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지난해 11월 3만~4만원이었던 난방비가 두 달여 만에 15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전기세, 수도세를 포함한 전체 관리비도 20만원 가까이 늘었고 계속된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도 50만원 가까이 늘었다. 그나마 시에서 긴급지원 해준다는 난방비조차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해 이씨는 해당 사항이 없다. 올해부턴 아파트를 마련하며 받은 대출금을 매달 130만원씩 상환해 나가야 하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