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SL공사…'재원 확충·역할 변화' 필요

매립장 수입 감소.사후관리 숙제
2026년 수수료 5분의 1 수준 추산
사후관리적립금 고갈...운영 난항
현 '폐자원 활용 기술' 변신 필요성
▲ 수도권매립지에 조성된 자원화시설 전경.
▲ 수도권매립지에 조성된 자원화시설 전경.

국가 폐기물 관리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친환경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 역할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수도권매립관리공사(SL)는 폐기물 반입량 감소에 따른 반입 수수료 수입 감소와 1·2 매립장 사후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SL공사에 따르면 2022년 대형 건설폐기물 직매립 금지·2025년 모든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등의 영향으로 연간 총 반입량은 2021년 291만t에서 2026년 19만t으로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대폭 감축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반입 수수료 수입도 같은 기간 2265억8200만원에서 454억6700만원인 5분의 1 수준으로 추산된다.

2000년과 2018년 매립 완료된 1, 2매립장 사후 관리 비용 확보도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매립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사용 종료한 날부터 30년 이내 동안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6426만t이 매립돼 있는 1매립장은 법적 사후 관리 기간(20년)이 이미 지났으나 '안정화평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 아직도 종료 기간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후관리적립금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1매립장의 경우 전체 적립금 2062억 원 중 2.4%인 49억원 가량만 남아있다. 제2매립장은 전체 3733억4000만원 중 570억3600만원이 집행돼 3163억 원 남았다.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본관 모습.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본관 모습.

2021년 10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수행한 '수도권매립지공사 사후관리 적립금 확보방안' 용역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제 1매립장의 경우 1206억원, 제 2매립장은 439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용역사가 검토한 3개 시·도 사후관리적립금 분담비율을 보면 인천은 약 7.26~16.80%로 최소 87억원에서 최대 155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향후 운영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단순 매립 관리가 아닌 현재 보유중인 폐자원 활용 기술을 통한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사는 자원순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존에 보유한 자원화 기술과 해외 기술 지원 사업 확대가 주축을 이룬다.

공사는 2006년부터 매립가스를 통한 민간발전사업을 시작으로 슬러지자원시설, 음식물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 등 다양한 폐기물 자원화시설을 설치·운영해 오고 있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50㎿ 발전시설 운영을 통해 총 439만㎿h의 전력을 생산·판매해 4414억원의 수익을 기록했고, 탄소배출권 사업을 통해서는 총 510만t 판매해 2021년까지 663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폐기물 처리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06년 파키스탄 고형폐기물 조사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까지 총 37건의 해외사업을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는 사업 범위가 수도권매립지로 한정된데다 해외 진출 사업을 위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매립지 연장과 공사 존속을 위한 시도로 바라보는 지역 사회 등의 거센 반발에 막혀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결국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반발 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시용 공사 전략사업실 실장은 “과거 공사의 역할이 매립 최소화에 그쳤다면 이제는 폐기물을 활용한 자원화 및 에너지화를 비롯해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으로 기능과 역할의 중심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자원순환 사회 실현을 위해 공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슈팀

 


 

[인터뷰]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 발돋움해야”

▲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는 국제적 환경 흐름에 맞춰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 발돋움해야 합니다.”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는 SL공사가 매립지 관리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자원순환 시대에 맞는 기능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환경부 출신인 이 교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과 서구청장을 맡은 이력으로, 지역에서 매립지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환경 전문가로 통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쓰레기 감축이 시대적 흐름으로 SL공사는 기존 보유기술 및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6년 직매립 금지와 2035년 탄소 중립에 맞춰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양이 점차 줄어들면서 반입수수료도 감소하고 있어서다.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SL공사는 존립에 대한 고민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앞둔 현재 필연적인 것이기도 해요. 이제는 쓰레기 매립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닙니다.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할 때가 온거죠.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된다 해서 SL공사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이뤄지고 있고 그 중 하나가 매립일 뿐이에요. 지금은 매립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앞으로 다른 역량에 대한 비중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수도권매립지에 조성된 드림파크 야생화공원.   /사진제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 수도권매립지에 조성된 드림파크 야생화공원. /사진제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 교수는 수십년간 수도권 지역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쌓아온 SL공사의 기술력을 ESG시대에 맞게 확장·전문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SL공사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순환 선도 공기업으로 기능을 바꿔야 합니다. 앞으로 자원순환 시대가 열리면서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입니다. 그러면 이와 관련된 기술과 시스템이 도입될 텐데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에서 전담 관리해야 할거에요. 그런데 지금 이 부분을 가장 잘 아는 곳은 바로 SL공사입니다. 이처럼 기존에 해왔던 것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매립 논쟁에 수십년간 묶여있던 유휴부지를 가치 있는 땅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공생하는 자원순환 공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립지가 그동안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면 이제는 이익을 돌려줘야 합니다. SL공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노는 땅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수소 인프라, 스마트에코시민공원, 스마트에코팜 등 조성을 제안합니다. 주민들이 수도권매립지 하면 갈등의 땅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탈바꿈되면 긍정의 땅으로 인식이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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