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료물가지수 135.75
1998년 4월 이후 최고 상승률
식료품 1년 전 대비 5.8% 올라

“더 부지런히 다녀 후원 받아야”
덮밥·간편식 제공 '고육책'도
▲ 6일 안양중앙시장 내 환경사랑나눔의집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이 이뤄지고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골치가 아파요. 그렇다고 음식양을 줄일 수도 없잖아요.”

1월 가정용 전기·가스 등 에너지 물가가 1년 새 30% 이상 상승,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6일, 안양시 만안구 안양중앙시장 내 자리한 '㈔환경사랑나눔의집' 무료급식소(경로식당)를 찾았다.

대면 배식을 재개한 이 급식소는 70세 이상 어르신 200여명이 매주 월∼토요일 점심 한끼를 해결하는 장소다.

이날도 오전 8시 30분 어김없이 급식소의 문을 연 것은 자원봉사자들이다. 40여명의 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한다.

이날 평촌1번가봉사단 회원 5명이 주방에서 음식 재료로 사용할 양파와 대파, 당근 등 야채를 부지런히 손질한 뒤 채를 썰고 있었다.

대형 솥에는 밑반찬으로 나갈 도라지가 버무려졌다. 하지만 주방 안에는 그 흔한 웃음기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식재료비는 물론 전기·가스요금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22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광준(80) 대표는 “모든 물가가 작년 이맘 때에 비해서 평균 40% 이상은 오른 것 같다”며 “물가가 올랐다고 후원금 100원 들어오던 것이 200원 들어오겠느냐”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1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최모(63)씨는 “대파 한 단에 3500원, 애호박 하나에 4000원까지 간다. 말이 안되는 거죠.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요”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약 330㎡(100평) 규모의 급식소를 운영하기 위해 식재료비는 물론 매달 임대료 140만원, 주방 대형 냉장고 10대를 돌리는 전기세 100만원, 수도요금 10만원 등 나갈 돈은 늘어나지만 코로나19로 후원은 줄었다.

안양시에서 식자재비 등 시설 운영비 월 1700만원과 취사원 인건비 월 300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조이에너지에서 LPG 가스를 후원하지만, 매달 500만원의 후원은 더 받아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가가 올라도 자식들과 떨어져 홀고 힘겹게 사는 어르신들에게 드릴 음식 가짓수나 양을 쉽사리 줄일 수는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한 사람 양에 맞춰서 드려야지, 물가 올랐다고 200g 드릴 것을 100g 드리면 안된다. 22년이나 하는 봉사인데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는 박 대표의 얼굴에 고단함이 묻어났다.

“코로나19로 후원이 50% 이상 줄었다”고 말을 잇던 그는 “전기료도 더 오른다는데 앞으로는 더 많이 나오겠죠. 더 부지런히 돌아다녀 후원을 받아와야 한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시계가 11시10분을 가리키자, 이날 1차 배식이 시작됐다. 배식 전부터 급식소 안은 삼삼오오 모여든 노인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이날 밥상에는 잡곡밥에 소불고기, 도라지나물, 미역줄기볶음, 김치가 올랐다. 90세가 넘은 백발의 한 할머니는 “여기서 밥 먹으니까 이 만큼 살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안양역 인근에 있는 ㈔유쾌한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안양희망사랑방(노숙인쉼터)'에서도 월~토요일 오후 4시 노숙인, 실직자,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 150여명에 무료로 도시락과 간식을 나눠준다.

밥과 국, 5찬을 기본으로 제공하던 이 곳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지난달부터 덮밥 위주로 메뉴를 바꾸거나 1주일에 한 번은 도시락 없이 빵과 음료를 제공하는 고육책을 냈다.

쉼터 사무국장은 “예년 이맘 때 50∼60만원 나오던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달에는 100만원이 넘게 나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지수는 135.75(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31.7%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식료품 물가도 1년 전보다 5.8% 올랐다. 한 달 새 1.7% 상승했는데, 이는 2021년 2월(2.2%)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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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료급식소 긴급지원 서두르자 경기도내 무료급식소들이 급등한 식재료비와 에너지 가격으로 허리가 휜다는 소식이다. 급식소별 사정에 따라 어려움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이 지자체의 지원과 독지가의 후원에 의존하므로, 운영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전기와 가스 요금이 외환위기 이래 최대치인 연 30% 이상 급격하게 올랐고, 모든 음식 재료 가격이 30~40% 뛰었으니 버티는 게 용하다 싶을 정도다. 게다가 고물가 시기가 언제 막을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무료급식소 측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무엇보다도 지자체의 지원을 물가상승분 이상으로 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