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달 1t당 790달러 통보
환율 등 고려 내달 국내 가격 반영
“우리 같은 서민들한텐 직격탄”
▲ 의왕시 소재 한 LPG 충전소 앞에 가격표 입간판이 서있다.

LPG(액화석유가스) 국제가격이 올라 국내가격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기지역 택시업계 종사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음력설 연휴와 졸업·입학식 시즌이 껴있는 1∼3월은 시민의 지갑이 얇아져 택시업계에선 비수기인데 LPG 가격마마저 오르면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3일 낮 12시30분쯤 찾아간 의왕시 한 LPG 충전소 입구 앞에는 'LPG 부탄 1018' 문구를 써붙인 입간판이 있다.

경기도택시운송사업조합이 밝힌 지난 1월 말 기준 리터(ℓ)당 LPG 부탄 구입가격은 판매가격 1019.68원에서 유가보조금 155.05원을 뺀 864.63원이다.

이 곳 충전소에서 만난 올해 20년차 개인택시 기사 박모씨(50대)는 LPG 가격 인상 얘기를 꺼내자, “지금도 비싼데…”라며 미간부터 찡그렸다.

충전소 한켠 셀프 세차구역에서 마른 수건으로 자신의 택시 창문을 닦던 그는 택시를 가리키며 “이건 생계용이잖아요. 지금도 한 달에 가스값으로 100만원 정도는 나가는데 (LPG 가격이 오르면) 우리는 죽으라는 것이냐”고 하소연을 이어갔다.

박씨는 하루 많게는 12~13시간씩 택시를 몬다. 거리로 치면 300~350㎞ 가량을 뛴다. 이렇게 이틀을 일하고 하루를 쉰다고 했다.

그렇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가스비, 보험료 등을 떼고 한 달 350여만원 정도. 이 조차 플랫폼 택시로 옮기고 나서부터다.

회사 사납금이 있는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들의 사정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비슷한 시각, 군포시에 있는 또다른 LPG 충전소에서 마주친 택시기사들도 행여나 LPG 가격이 인상될까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동갑내기 기사 이씨(68)와 임씨는 “코로나19가 심할 때보다는 사정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모든 물가가 한 번에 다 오르는 마당에 LPG 가격까지 오르면 우리 같은 서민들한테는 완전 직격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 새벽 5시쯤 집을 나선다는 이들은 점심시간(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10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낸다고 푸념하듯 말한 뒤 각자의 택시를 타고 일터로 복귀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2월 국제 LPG 부탄가격을 1t당 790달러로 결정, 국내 수입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날에 비해 185달러 오른 수치다.

2월 국제가격은 한 달 뒤 국내가격에 반영된다.

LPG 가격은 국제유가에 연동하는데, 국제유가 하향세에 따라 국내 LPG 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내림세를 이어왔다.

LPG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농어촌에 난방용으로 쓰이거나 식당 등 영세업종의 취사용 연료, 택시 연료 등으로 사용된다.

LPG 수입사들은 국제가격 추이와 환율,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3월 공급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