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종료' 바쁜 인천…환경부·서울·경기는 느긋

3자, 합의 후 실질적 노력 없어
대체지 공모 두차례 한 게 전부
윤 대통령 관련 공약 이행안돼

민선8기 들어 정책방향 전환
시 '4자 참여의 장' 마련 주력
▲ 2015년 6월28일, 수도권매립지 4자협의체 합의 관련 기자회견 모습(왼쪽부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유정복 인천시장·윤성규 전 환경부장관)./인천일보DB
▲ 2015년 6월28일, 수도권매립지 4자협의체 합의 관련 기자회견 모습(왼쪽부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유정복 인천시장·윤성규 전 환경부장관)./인천일보DB

'1대 3.'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를 둘러싼 4자간(인천시·서울시·경기도·환경부) 역학관계는 1대 3구도로 인천이 절대적인 열세다.

1992년부터 운용해온 수도권매립지로 지난 30년간 환경적, 경제적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내해 온 인천과 2015년 4자 합의로 현재 매립 중인 3-1공구(103만㎡)와 잔여부지 15%(최대 106만㎡)까지 추가 사용할 수 있는 3자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 종료의 전제 조건이자 핵심은 결국 대체(자체 포함)매립지 확보다. 소각장 등 각 자치단체의 전처리시설 확충도 필수다.

2015년 6월 체결한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합의서'에 따르면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확보추진단을 구성·운영해 대체매립지 조성 등 안정적 처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환경부는 추진단에 참여해 자문·지원·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간 추진 사항을 보면, 4자 합의 이듬해 추진단을 구성한 후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박남춘 인천시장의 '쓰레기 독립' 선언으로 2021년 두 차례 환경부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위탁해 대체매립지 공모를 한 게 전부다. 그나마 인천은 매립지 잔여부지 사용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판단하고 공모에 불참했다.

중앙부처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환경부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당시 '임기 내 수도권매립지를 이전하겠다'며 '수도권 공동사용 대체매립지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올해 환경부 주요업무 보고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빠진 데다 윤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던 '국무총리실 수도권매립지 갈등조정기구 설치'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5년 4자 협의체 구성 이후 그간 추진 사항 등을 묻는 말에 “과거 몇 차례 회의했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4자 협의체 회의를 위해) 3개 시·도와 꾸준히 소통하며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경기도, 서울시 역시 관련 업무를 환경부에 미루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중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4자 협의체 회의와 관련해서는 환경부가 위원 구성이나 일정 등을 주재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시가 먼저 나서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발표한 신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추진에 현재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천시는 대체매립지 확보에 애를 태우면서 4자가 참여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기존 대체매립지 확보로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며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해서는 4자 간 협력이 진행돼야 하기에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해 4자 합의 개최를 지속해서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이슈팀

 


 

'사용연장 조건' 선제조치 중 일부 미완

SL관할권 이관 가능성 불투명
합의 이행 여부 점검·대책 필요

▲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인천일보DB
▲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인천일보DB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 조건으로 제시된 네 가지 선제조치 중 일부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첫 번째 선제조치인 '매립면허권 및 소유권 양도'는 2016년 말 이행 절차를 밟았다. 인천시는 환경부·서울시가 갖고 있던 매립면허권 665만㎡를 이양받았다. 수도권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41%로, 1매립장 일부와 2매립장이 해당한다. 현재 폐기물 처리가 진행 중인 3매립장과 4매립장의 매립면허권은 여전히 서울시가 갖고 있다.

'반입수수료 가산금 인천시 지원'도 이행이 완료됐다. 수도권 매립지로 들어오는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50%를 가산금(연 약 700억원)으로 징수해 인천시 특별회계로 전입한다는 내용인데, 특별회계는 매립지 주변 지역 환경개선과 주민지원 등을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반면 선제조치 중 일부만 이뤄지면서 반쪽짜리로 남기도 했다. '주변지역 개발 및 경제 활성화' 조치 중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 연장 등만 진행됐다. 테마파크 조성은 당시 조성 계획이 쏟아져 나왔지만, 착공도 못 한 채 무산된 상태다. 나머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 관할권 이관'은 이행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국가공기업인 SL공사를 인천시 지방공사로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으나 이관을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따른다.

인천시가 매립지공사 노조와 주변 지역 주민 등 관할권 이관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갈등에 대해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 당시에도 격렬하게 이관을 반대했던 SL공사 노조 입장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실현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기에 박남춘 전 인천시장 시절(민선 7기) SL공사 이관을 반대한다는 입장이 민선 8기 들어 또다시 번복되는 등 일관성 없는 시 방침에 피로감까지 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이제는 8년 전 4자 협의체 합의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승분(국민의힘·연수구3) 인천시의원은 “수도권 매립지 종료와 대체 매립지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하기 전에 우리에게 급한 것은 4자 협의를 통해 약속된 것들이 얼마나 이행이 됐고, 이행이 되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것”이라며 “이행이 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이행을 하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고 꼬집었다.

/이슈팀

 


 

[인터뷰] 백진기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발생지 처리원칙 따라 소각…폐기물 감량 힘써야”

3자에 적극적 자원순환책 주문
“시, 적수 해결처럼 민관 합심
현상황 타개할 로드맵 구상을”

▲ 백진기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백진기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는 30년간 인천시가 감내했던 희생을 생각해 선진화된 자원순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수도권매립지 제2 매립장 기반시설 조성이 한창인 1998년. 백진기 수도권매립지종료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바닥공사를 진행하는 하청업체로 처음 인천에 발을 디뎠다. 이때부터 백 위원장은 매립지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고, 약 5년 전 매립지 종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으로 쌓여 산을 이루는 쓰레기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다.

하지만 수년째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를 두고 민관과 여야에서 공방만 오갈 뿐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매립지 종료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지만, 몇 년 전에 열렸던 토론회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매립지 종료는 단순히 우리 집 앞에 묻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폐기물을 버리는 쪽에서 각자 소각하고 자원화함으로써 수도권매립지의 종료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시와 함께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를 이루고 있는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적극적인 자원순환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환경부는 국가 환경 정책을 책임지는 기관이기에 본연의 임무대로 쓰레기매립지 문제에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와 경기도는 현재 수도권매립지 상황을 인천의 일로만 생각할 게 아닙니다. 훗날 본인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기에 미리 준비하고 자원순환 정책을 통해 폐기물 감량에 힘써야 합니다.“

더불어 인천시는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로드맵을 만들었던 것이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주민단체, 환경단체, 정치인, 전문가, 공무원 등 이해당사자들이 로드맵을 함께 구상해야 합니다. 적수로 난리가 났을 때 인천시에 끝까지 항의해 로드맵을 짰던 경험이 시민들에게 있습니다. 당시 전수조사를 하고 보수하고 교체하는 로드맵을 만들었는데 이것처럼 매립지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경기도·환경부 3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인천은 매립면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힘이 있고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옛날처럼 과거에 매립지 차량이 못 들어가게 막는 방법도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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