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대면 개최 감격 더해
“꿈속에서 그리던 순간”
“배움 갈증 해소해주셨다”
▲ 2일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022학년도 졸업식에서 늦깎이 졸업생들이 손 팻말을 들고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3년만에 대면 졸업식을 치른 이날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은 중학교 66세, 고등학교 64세이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아픈 과거가 치유된 바로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정상화(49)씨는 “꿈속에서 그리던 순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열일곱 나이에 집을 떠나 생업에 뛰어든 그에게 학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사치 그 자체였고 가정을 꾸린 뒤에도 못다 한 숙제가 고등학교 졸업이었다. 졸업생 답사를 읽어 내려간 그는 “입학원서를 쓰기까지 10년을 망설였지만 야간에도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남인천중고라는 모교가 생겨서 행복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인천에서 유일한 성인 대상 학력 인정 배움터인 남인천중고 졸업식이 열린 이날 중학교 과정 155명과 고등학교 과정 237명 등 총 392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평균 연령은 65세, 가슴속 응어리를 푼 늦깎이 학생들은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친구와 함께 남인천중고를 다닌 이재준(69)씨는 “학교를 졸업한 지 52년 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 하얀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였다”면서도 “2015년에 남인천중고를 먼저 졸업한 아내와도 동문이 됐다. 배움의 갈증을 선생님들이 해소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남인천중고 졸업식이 대면 형태로 열린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이다. 교문에서부터 꽃다발을 든 가족들 발걸음이 이어졌고, 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졸업생들은 “고생했어”, “축하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남편 임정옥(73)씨 손을 잡고 교문을 오가며 개근상을 받은 김종예(69)씨는 “청각 장애가 있는 남편이 학교 수업을 부담스러워했지만 함께 입학한 뒤로 4년간 영원한 단짝으로 등하굣길을 지켜줬다”고 추켜세웠다.

만학도들의 졸업식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했다. 김준한(59)씨는 “가난 때문에 자식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님 생각이 오늘따라 많이 난다”며 “대학교에서 다시 한 번 꿈에 도전한다”고 했다.

1만6000여명 동문을 배출한 남인천중고 설립자 윤국진 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졸업식을 하다가 얼굴을 맞댈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열심히 공부했던 학교를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