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10~20㎞ 밖에서 폭격이 일어도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고 새벽부터 온종일 포격 소리를 들었다. 러시아군의 민간이 학살이 벌어졌던 부차와 이르펜이 집에서 20~25㎞ 거리인데도 폭격 소리가 심해 피난을 결심했었다. 지난해 10월10일 시내 폭격도 꽤 큰소리로 들었다. 군사시설이 아닌 대학, 병원, 아파트, 쇼핑몰 등의 폭격은 테러이다. 특히 전기, 상수도 시설 등의 기간 산업 공격은 전쟁 범죄이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의 핸드폰에는 공습경보 앱이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이 시작되면 바로 비상벨 소리가 들린다. 요즘은 뜸하지만 연말 연초까지 하루가 멀다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아파트 옥상 꼭대기나 학교, 관공서 등 웬만한 높은 건물에는 사이렌 소리를 알리는 스피커가 달려 있어 시내 어디에 있든 공습이 시작되면 공습경보 소리를 듣는다. 소리만으로도 겁에 질려 대피소로 피하는 사람도 있고 면역이 되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도 있다. 강제하거나 통제하는 사람은 없다.

이번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전선에서는 양국 군인들이 수십 명 수백 명이 죽으면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키이브국립대학도 큰 피해를 보았다. 코로나와 겹쳐 거의 2년째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의 질도 떨어질 뿐 아니라 학생들 학업 발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수업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공습에는 본관과 문과대 사이에 미사일이 떨어져 창틀과 문이 부서지고 여러 명이 다쳤는데 지난 연초 폭격은 의과대학과 체육대학 사이에 드론이 떨어져 역시 창틀과 문이 부서지고 건물의 일부가 파손되었다. 새벽 공습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대학 당국은 피해 복구를 위해 졸업생 동문 등 여러 사람에게 모금을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어려운 시기이지만 대학 및 병원 등 공공시설의 피해 복구를 우선하라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키이브 국립대학은 본관과 문과대가 시내 중심에 있고 단과대학으로 국제관계대학과 제2캠퍼스로 의과대, 공과대, 체육대, 생물학부 등이 독립하여 떨어져 있는데 학생 기숙사와 교수아파트가 제2캠퍼스 근처에 있다. 필자의 집도 이 근처에 있는데 2023년 1월1일 새벽 폭발은 필자의 집에서 1㎞ 반경에서 발생한 것이다. 폭발음에 놀라 깨었고 창문이 흔들리고 우리 개들이 몇 분간 흥분하여 짖을 정도로 소리가 크고 무서웠다. 이전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막연히 어딘 가에 미사일이나 드론이 떨어지겠구나 하던 생각이 바뀌었다. 내 머리 위에서 또는 우리 아파트에도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차별로 떨어져 폭발하는 드론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가미카제 드론이라고 부른다.

드론이 떨어진 캠퍼스 운동장은 우리의 주요 산책로이다. 아침저녁으로 개와 함께 산책하는 곳이고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운동하던 곳이었고 동네와 대학의 구분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공원같이 산책하고 쉬는 곳이다.

민간을 겨냥한 미사일이나 드론의 공격은 명백한 테러이고 전쟁 범죄이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시시각각 전 세계로 타전되고 인터넷에서 공유되는데 러시아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정교회 새해인 1월14일 드니프르시 아파트 폭격으로 45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방송에서 “러시아인들이여 당신들은 어째서 비겁하게 침묵하는가?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르는 이 테러를 모르는가, 당신들이 침묵한다면 당신들도 똑같은 어려움을 당할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관련기사
[우크라이나의 창] '개'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이면서도 온갖 욕에는 개가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족이 몇 명이냐고 물으면 개나 고양이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동물을 사랑하고 가족같이 지낸다는 뜻이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천만 시대이고 많은 사람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만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개는 그저 식용 재료이고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한 도구였다.10여년 전에 아들이 개를 한 마리 사왔다. 러시안 스패니얼 개로 침대에서 같이 자고 같이 먹었다. 얼마 후에는 치와와 라는 멕시 [우크라이나의 창]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요즘 키이브 사람들 일상은 정전시간표를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매일 아침 에너지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지역별, 거리별로 그날의 정전 시간이 나온다. 21세기에 전기없이 사는 방법을 터득 중이다. 다행인 것은 계속 정전이 아니고 지역 단위로 3~4시간 정전이었다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순환제 방식이다. 3~4주 지나니 숙달되어 생활에 불편함은 있지만 별 이상없이 지내고 있다. 병원 학교 연구소 등 전기가 꼭 필요한 곳도 예외없이 정전이 실시되어 소형 발전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러시아의 전기나 상수도 시설 등 기간산업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창] 작은 국가 연대 우크라이나에서 30여년 살았지만 인접국 루마니아를 가본 적이 없다.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며 경유하는 바람에 가 본 루마니아는 나름 멋진 나라였다. 막연히 독재자 차우셰스크의 나라, 농업국이고 유럽연합(EU) 나라 중 후진국으로만 생각했다. 누군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흥미가 넘치는 나라다.오래전 필자는 친구와 발칸 반도를 여행하고 아드리아해에서 수영한다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적었다. 그들 나라의 종교 역사 인종 민족 언어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우크라이나의 창] 우크라이나 전쟁 250여 일을 지내며 푸틴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250일이 넘었다. 이 전쟁은 러시아의 전쟁이 아니라 푸틴의 전쟁이다. 그가 생각했고 계획했고 명령을 내렸다. 지금 러시아에서 푸틴은 독재자이며 차르(왕)이다. 하원격인 국가 두마와 상원격인 연방평의회가 있지만 푸틴이 지시한 사항이 한번도 거부된 적이 없는 거수기이다. 야당도 없고 그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죽거나 감옥에 간다. 반대하는 언론은 폐쇄되고 진실을 전하는 언론도 없다.전쟁이란 나라의 사활을 건 총력전인데 푸틴은 특별군사작전이라 명했다. 아마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러시아 군 [우크라이나의 창] 아! 체르노빌 1986년 4월26일 새벽 1시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브에서 북서쪽으로 100여㎞지점의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가 있었다. 수많은 소방대원 군인 경찰 과학자들이 투입되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피폭되어 많은 사람이 죽거나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한지 36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의 사고이다. 사망자는 적게는 몇 천 명에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서는 풍향에 따라 전 유럽으로 확산된 방사능 물질로 피폭 인원을 수백만명으로 계산한다. 사고 이틀 후부터 사고 주위 주민의 소개(疏開)가 시작되었고 소 [우크라이나의 창] 재탈출 작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 후 탈출하여 한국에 도착해서 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는데 이 친구가 농담으로 “너는 전쟁을 경험한 유일한 동문이다” 해서 웃은 적이 있다. 한국전쟁이 1953년 휴전되었으니 전쟁을 겪은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경험한 사람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인데 이분들 연세도 70이 넘으셨다. 필자는 전쟁을 경험했다기보다는 그곳에서 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다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연초 키이브 우리 동네 폭격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여행경보 4단계 여행 금지 구역이라 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