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 달…1500만원 모금
160여명 기부 동참 '모범'
시정연구원 통해 활성화 연구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 검토
▲ 수원시./인천일보DB

#1. 충청남도 청양군 출신인 강희구(76)씨는 지난 16일 인근 농협은행에 방문해 수원시에 10만원을 기부한 외지인이다. 강씨는 오랜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5년 전 고향으로 다시 귀농해 특별한 수원시와의 인연은 없었다. 그런 그가 수원시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이유는 다름 아닌 '자녀들'이다. 강씨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자녀들이 사는 도시에 도움이 된다니 기쁜 마음으로 기부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2. 김남은(25)씨는 지난 13일 수원시에 10만원을 기부했다. 용인시민인 그는 수원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인연으로 수원시를 기부처로 선택했다. 일본인 친구를 통해 이 기부제도를 익히 알고 있었던 만큼 기부 결정과 실행에 막힘이 없었다. 프로야구팀 kt 위즈의 팬인 그는 “야구 경기 관람 후 인근 맛집에서 친구들과 식사할 때 사용하려고 답례품으로 수원페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한 달, 수원시민은 물론 수원을 고향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제의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다.

31일 수원시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난 1일 이후 30일 동안 160여명의 기부자가 1500만원 상당을 기부했다.

시 관계자는 “연예인 등 유명인의 고액 기부는 없지만 수원을 사랑하는 소소한 마음이 만들어낸 십시일반”이라며 “가족과 친구가 사는 도시 수원의 발전을 응원하는 기부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고향사랑기부제 운영과 안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담팀(TF)를 구성·운영하고, 시정연구원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해 일본의 사례 분석과 이를 수원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수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고향사랑 기금을 활용할 방법도 다듬고 있다. 지역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수원을 기부처로 선택한 기부자들에게는 자긍심을 줄 수 있도록 특별한 기금 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지원하는 '셰어하우스 CON' 입주자들이 거주기간 만료 후 홀로서기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고향사랑기금 활용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기금 활용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 다음달중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반영해 사업을 추진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진짜 고향이 아닌 곳에도 기부할 수 있다. 시민의 기부를 활용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인구감소와 유출이 심각한 '소멸 위기 지역'에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준 수원시장은 지난 11일 집무실에서 '고향사랑e음 시스템'을 활용해 총 5개 지자체에 각각 10만원씩을 기부했다. 고향인 경상북도 포항시를 비롯해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연천군, 전라북도, 태안군, 해남군을 기부처로 선택했다.

당시 이 시장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목표는 대도시와 소멸 위험 지자체의 상생이 돼야 한다”며 “소멸위험 지자체에 꾸준히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