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남극조사소 기록 이어 네번째
2025년 서남극 빙하 도전할 예정
극지연구소.
▲ 극지연구소 전경.

극지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영국 남극조사소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남극 난센 빙붕 860m 두께의 얼음을 뚫고 빙하 아래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성공은 전 세계 빙붕 '열수시추' 탐사 중 영국 남극조사소의 기록에 이어 네 번째로 두꺼운 얼음을 뚫은 기록에 해당한다.

해양수산부 등의 얘기를 들어보면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빙붕 아래 남극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열수시추' 방식으로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열수시추 때에 만들어놓은 구멍(시추공)이 다시 얼어 막히기 전에 끝까지 뚫고 관측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우선 얼음을 뚫는 주변 지역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를 정밀하게 조사해야 하고, 지속해서 열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많은 물을 확보해야 하는 등 남극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극지연구팀은 기술 지원을 위해 참여한 영국 남극조사소 연구진과 함께 작년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약 30km 떨어진 난센 빙붕에 캠프를 설치하고, 얼음 아래에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물을 확보했다.

이어서 올해 1월3일부터 5일까지 총 42시간의 끊임없는 열수시추 끝에 마침내 860m 두께의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한편,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2025년에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에서 빙붕 열수시추(1100~1300m)에 도전해 빙붕 하부를 탐사할 예정이다.

스웨이츠 빙하 지역 하부를 탐사하게 되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고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향상할 수 있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로 전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cm 오르고, 주변 다른 빙하가 녹는 것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