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벌꿀보다 탁한 것이 없는데도 ‘청(淸, 맑은 꿀)’이라 하니 청탁(淸濁, 맑고 탁함)을 알지 못함이고, 꿩이 이미 죽었는데도 ‘생치(生雉, 산 꿩)’라 하니 생사(生死, 삶과 죽음)를 모름이다. 전복이 애초 이지러진 데가 없는데도 ‘전복(全鰒, 온전한 복)’이라 하니 쓸데없는 말이요, 기름과 꿀을 묻혀 구운 밀가루 반죽을 ‘약과(藥果, 약과 과일)’라 하니 이미 약도 아니요, 또 과일도 아니다. 꿀에 담근 과일을 ‘정과(正果, 바른 과일)’라 하는데 그렇다면 꿀에 담지 않은 것은 사과(邪果, 그른 과일)란 말인가?(莫濁於蜂蜜而曰‘淸’ 不知淸濁也 雉已死矣而曰‘生雉’ 不知生死也 鰒未嘗缺而曰‘全鰒’ 衍文也 油蜜煎麪曰‘藥果’ 旣非藥也 又非果也 以蜜漬果曰‘正果’ 不漬蜜者爲邪果耶)”

실학자 영재(冷齋) 유득공(柳得恭,1748~1807) 선생의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 제3권 ‘속된 말을 고치다(俗語改正)’에 보이는 글로 ‘말의 거짓과 실체의 진실’이 이렇게 다르다. 꼭 이 짝이다. 겨우 0.7%의 욕망이, 비껴간 예의와 윤리성‧박제된 이성과 인간성‧태생적 적개심과 호전성‧독선과 오만으로 무장하고, 마치 법과 정의를 가탁한 신의 피조물인양 이 땅을 ‘법 사냥터’로 삼아 조목조목 민주주의 어휘를 마음껏 유린한다. 2023년 1월 19일, 윤석열 정권 8개월 만에 검찰독재로 민주주의는 퇴행되었고 나라 체제가 무너졌다며 종교·법조·학계 원로들이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였다. 231개 시민사회단체는 ‘공안탄압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없다. 오늘도 언론이라 할 것조차 없는 사이비언론에는 맘몬(Mammon, 부(富), 돈, 재물, 이익)을 숭배, 검찰발 기사 베껴 쓰기, 음주가무 프로에, 시사랍시고 막장 수준의 오물(汚物) 정치꾼들이 악다구니를 퍼붓는다.

유득공 선생의 글처럼 우리 사회는 ‘말의 거짓과 실체의 진실’이 뒤섞여버렸다. 백성이 주인인 민주(民主)를 말하나 주인은 ‘검찰(檢察)’이요, 두 사람 이상이 공동 화합하여 정무를 시행하는 간접 민주제를 시행하는 공화국(共和國)이나 윤석열과 짝패거리의 일당 ‘독재국(獨裁國)’이다. 삼권 분립에 의하여 행정을 맡아보는 국가 기관인 정부(政府)는 없고 썪을 부(腐) 자 ‘정부(政腐)’만 있고 언론(言論)은 통제되어 쓰러진 언(偃) 자 ‘언론(偃論)’만이 있고 국민의 힘은 ‘국민의 적’으로 무소불위다. 국가 통치의 기본 방침인 헌법(憲法)조차 훼손하여 어지러울 헌(佡) 자 ‘헌법(佡法)’이 되었다.

따라서 <대한민국헌법 전문>에 보이는 3·1운동은 ‘친일운동’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은 ‘이승만 정부의 법통’으로,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은 ‘박정희 장군의 5‧16쿠데타와 전두환 장군의 12‧12쿠데타’로,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은 ‘윤석열 식 검찰독재와 간첩잡기 사명’으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는 ‘불통(不通)‧부도덕(不道德)‧부조리(不條理) 3불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로,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 하며는 ‘기득권에 대드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로,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는 ‘무능(無能)‧무지(無知)‧무식(無識)‧무례(無禮)‧무책(無策) 5무로 검찰주의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로 바뀌었다.

괴기스럽다. 잠시 유득공 선생의 글로 정화해 본다. “밀가루를 ‘진말(眞末, 참가루)’이라 하고 참깨 기름을 ‘진유(眞油, 참기름)’라 하고 준치를 ‘진어(眞魚, 참치)’라 하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거짓 가루며 무엇이 거짓 기름이며 무엇이 거짓 고기란 말인가?” 선생의 말처럼 이 정부 들어 우리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조차 가리지 못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기득권에게 기회를 더욱 풍부히 주고 카르텔을 형성하여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로,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는 ‘검찰 독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로,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향상을 기하고는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전체화를 기하고는’으로,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는 ‘밖으로는 호전적인 세계질서와 인류불안에 이바지함으로써’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는 ‘우리만과 우리만 자손의 배타적인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로, 1948년 7월12일에 제정되고 9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는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제정한 10차 개정 헌법(佡法)을 이제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에 의하지 않고 개정한다’로 바꿔야할 듯하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한 선조들이 지하에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하지 않을까.

유득공 선생은 속어가 바로 잡기 어렵게 된 이유를 학사대부의 방임(放任)에서 찾았다. 학사대부는 오늘날로 치면 지식인(知識人)이다. 선생은 “학사(學士,배우는 자)와 대부(大夫,벼슬하는 자)들이 애초 명물(名物, 사물의 이름)에 관심을 두지 않고 모두 서리에게 맡겨…그 이름을 사용하니, 물건에서 바른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라 한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국격이 떨어지고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노동운동이 탄압받고 공안통치와 검찰공화국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예의 없고 방자한 포달진 정치인들이 설치는 이 모든 이유는 이 땅의 자칭, 타칭 지식인에게서 찾아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良心)은 ‘병들 양(瘍)’ 자 양심(瘍心)일 뿐이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과 정의, 사상과 철학도 알지만 ‘말의 거짓과 실체의 진실’을 찾으려는 실질적인 행동이 없으면 한낱 ‘사이비 지식계급자’이다. 0.7%의 욕망의 괴물이 연출하는 참극(慘劇)과 귀접스럽고 뇌꼴스런 행위를 보고도, 밑씻개 같은 궤변을 듣고도, 그래 이 나라가 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혼탁함)이 되어도 제 일신의 위해(危害)가 두려워,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로 외면하며 이 추운 날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린다면 그를 어찌 지식인이라 하겠는가. 오싹한 괴물을 잉태한 창백하고 음산한 엄한(嚴寒)의 동토(凍土), 이 땅에도 설날이 어김없이 왔으니 봄은 저기 어디쯤 있으리라.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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