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2027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백령도 백령공항 주변 지역 250만㎡를 대규모 리조트와 호텔, 골프장, 승마장, 문화시설 등 관광·휴양·레저 시설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시가 지난해 4월 발주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백령공항 주변지역 발전전략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는데, 시는 설 전에 대청·백령도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진행했다.

시의 구상대로 개발이 추진된다면 백령도는 생태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뿐더러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관광지로 전락하고야 말 것이다. 공항 개항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개발 필요성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과연 천혜의 자연보고이자 인문사회적 가치가 높은 백령도를 흔하디흔한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이 최선인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는 도서 지역이란 지리적 특성으로 독특한 해양·섬문화 정체성을 지닌 곳이다. 굳이 심청이 설화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설화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또한 하늬해변, 콩돌해안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많은 철새들이 찾는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공항 예정지 주변 백령호와 일대 농경지에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큰기러기, 떼까마귀 등 겨울 철새가 무리를 지어 도래하며 백령도에서 확인되는 조류 법종보호종도 우리나라 전체 보호종 73종 중 절반 이상인 40종이나 된다.

특히 백령도에 골프장 건설은 절대 안 될 일이다. 18홀짜리 대중 골프장을 짓더라도 수십 만 평의 농지와 산림을 파헤쳐야 하기에 심각한 자연환경 파괴와 지형 및 경관 훼손을 불러온다. 게다가 비료와 살충제, 제초제의 사용으로 골프장 주변 생태계와 토양, 수질, 지하수, 육상 및 해양 동식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백령도는 가뜩이나 물 부족 지역인데 골프장 용수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주민의 정주권 확보와 생활 편의를 위한 백령공항 건설 및 주변 개발은 지지하나 이를 핑계로 자연생태와 역사, 문화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개발은 한사코 안 될 일이다. 이참에 백령도 및 서해5도를 자연생태와 역사, 문화를 토대로 한 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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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공항 인근에 관광시설...주변지 개발 밑그림 '구체화'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인천시가 리조트와 18홀 규모의 골프장, 승마장 등 관광, 휴양·레저 시설 조성 등 공항 주변지 개발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24일 시에 따르면 현재 '백령공항 주변지역 발전전략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지난 17∼18일 대청·백령도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설명회는 인천시와 옹진군 관계자,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용역을 통해 마련한 개발계획 초안을 바탕으로 이뤄졌다.지난해 4월 착수한 백령공항 주변 지역 발전전략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