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의료공백이 심각하다. 특히 인구 300만명인 대도시에 걸맞지 않게 인천의 의료 실태는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의 상당수 지역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살릴 수 있으나 의료 인력 및 시설 부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인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인천은 충북에 이어 '치료가능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았으며, 2020년 기준 치료가능 사망률은 48.58명, 치료가능 사망자 1432명이나 된다. 인천은 의사 수와 공공병원 설치율 또한 모두 전국 평균 이하이다.

분석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해 충북, 강원, 전남, 경북이 치료가능 사망률이 전국 평균을 초과했으며 전남, 충남, 경북, 경남은 의사 수가 전국 평균 미만이었다. 서울과 경기 및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곤 지방 대부분이 의료 취약지인 셈이다. 흔히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일은 저개발 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 여겨왔는데, 경제개발협력국(OECD) 회원국이자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드는 우리나라의 지방 의료 실태가 이렇다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지방의 의료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이면 의사 2만7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고, 실제로 지방병원은 고액연봉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해 왔고, 의료취약 지자체에서는 국회에 국공립의과대학설치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를 이유로 18년째 의대 입학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다행히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주 내로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2년 4개월 만에 재개한다고 하는데, 기대가 크다.

지방의 의료공백과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유일한 방안은 공공의료 강화에 있다. 지방에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다. 또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 공공의료 인력의 공급과 수요를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천시는 인천이 우리나라 최악의 의료 취약지란 사실을 뼛속 깊이 새기고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의료기관 확충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