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인천 연수구 송도1동 주민자치회장.
▲ 이해진 인천 연수구 송도1동 주민자치회장.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전국 평균 병상 수는 14개이다. 하지만 인천 연수구는 채 5개도 안 된다.

그 주된 원인은 연수구 주민의 절반이 거주하지만 인구 1000명당 평균 병상 수가 1.1개에 불과하면서도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고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어두운 현실에 있다.

의사나 의료시설이 없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의료취약지역을 '무의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초일류도시를 지향하는 인천, 초일류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의 최첨단 계획도시라고 일컫는 송도국제도시는 사실상 무의촌이라고 불러도 반박할 여지가 없는 도시다.

그동안 연수구는 이처럼 열악한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의료환경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갖고 개선을 위해 제2인천시의료원을 유치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2인천시의료원 설립 예정용지가 부평구가 최종 결정되면서 송도국제도시의 유치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송도국제도시 의료환경의 더 큰 문제점은 단순히 병상 수 부족에만 있지는 않다. 심각한 점은 '응급진료 공백' 상태라는 사실이다. 상주인구만 20만 명에 육박하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야간 혹은 휴일 진료가 가능한 의료시설은 단 1곳도 없다.

송도국제도시는 지난해의 경우 케이팝(K-POP) 아이돌 페스티벌, 국제해양·안전대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형 행사가 잇따르면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벌어진 사례만 보아도 이는 단순한 우려 수준을 뛰어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한 일요일 송도동에서 축구대회 중 50대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엔 응급의료기관이 없어 거리가 한참 떨어진 연수구 동춘동까지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송도국제도시 의료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전문병원이나 국제병원이 오랜 세월 동안 유치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관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개발 초기의 지구단위개발계획만을 고수하면서 의료시설로의 용도변경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4월15일 치러진 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던 여야 후보들 모두가 이러한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공감했었다. 그리고 송도국제도시에 2차 의료기관(병원급) 유치를 통해 병상 수 및 응급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통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3년 가까이 지나도록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송도세브란스병원이 오는 2026년 말 개원 목표로 착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이 3차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송도국제도시 내 2차 의료기관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2차 의료기관이 없는 곳에서 3차 의료기관이 들어선다면 결국 송도세브란스병원은 2차 의료기관 구실까지 도맡아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몰려드는 의료수요를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와 엇비슷하게 현재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영종국제도시의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인천 중구는 연간 최대 6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가며 하루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당직의료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연수구와 극명히 대비된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소중한 책무 중 하나이다. 지구단위개발계획 완화지침을 적용해 단 1명의 환자라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준다면, 이는 용도사항을 변경한 모든 선례 중 가장 현명한 판단이 될 것이다. 주무관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이해진 인천 연수구 송도1동 주민자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