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변 여건 풀리니 경자구역?…수용 못해”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 못해 분통
토지주協 “보상가 납득 못해”
개발은 찬성…난개발 원치 않아
▲ 인천 연수구 옥련동 일대 중고차수출단지 모습. /인천일보 DB
▲ 인천 연수구 옥련동 일대 중고차수출단지 모습. /인천일보 DB

송도유원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인천시가 가장 먼저 맞닥뜨릴 현실적인 문제는 이곳 토지주들의 거센 반발이다.

송도유원지(1~5블록·전체 면적 90만7380㎡) 토지소유자 현황을 보면 박순용(69·송도유원지 토지주 협의회 회장) 씨 등 사유지가 27만1052㎡로 전체 3분의 1에 해당한다.

현재 사유지 대부분은 3블록에 집중돼 있다.

이곳은 인근 1·2블록과 함께 2020년 장기 미집행에 따른 일몰제로 30여년 만에 유원지 시설에서 풀린 후 지난해 2040인천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 예정용지'로 반영된 상태다. 주거와 상업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연수구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적용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을 오는 7월 1일자로 해제한다. 개발수요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송도유원지 토지주 협의회는 해제 시점에 맞춰 자체적으로 구상한 도시개발 계획을 토대로 연수구에 사업구역지정 신청을 한 상태다.

인천 남동산단에서 폐차사업을 하는 박순용씨에게 과거 송도유원지는 땅값이 비싸 왠만한 사람들은 넘볼 수 없는 땅이었다.

박씨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 지금 사업장인 남동산단은 당시 3.3㎡당 3만 원대였던 반면 유원지는 6만 원대로 두 배 이상 비쌌다.

그는 송도유원지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 처음 마주하는 관문지역인 만큼 다리가 개통한 시점인 2009년 무렵에는 개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설령 향후 시가 토지 수용을 방식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더라도 난관이 예상된다.

최근 시가 이곳에 도로 개설을 위해 일부 부지를 수용했는데 3.3㎡ 500만 원대로 보상가가 책정되는 등 향후 개발 계획을 놓고 토지주와 개발 주체 간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씨는 “지난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던 토지주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도유원지가) 도시 경관상으로도 중요한 곳인 만큼 '오합지졸' 방식으로 난개발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이제 여건이 좀 풀리니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토지주로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슈팀

 


 

석탄부두 이전 완료·적정 임대료 '난관'

스마트 오토밸리 선결 과제

▲ 스마트오토밸리 조감도.
▲ 스마트오토밸리 조감도.

인천지역 내 중고차수출단지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이 송도유원지 일대 원활한 개발과 중고차수출단지 재정비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 확대 대상지역인 송도유원지 일대 개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중고차수출단지 이전이 선행돼야 하지만 석탄부두 이전 완료와 적정 임대료 등은 숙제다.

17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에 카마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오는 5월 중 사업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신영·중흥토건·오토허브셀카·신동아건설·리버티랜드 등 5개 업체가 참여하는 카마존 컨소시엄은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스마트 오토밸리는 남항 역무선 부두 인근 총 39만8155㎡(약 12만평) 규모 부지에 1∼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우선 1-1단계로 11만9458㎡ 규모를 올해 상반기에, 1-2단계로 8만4687㎡ 규모를 2024년 상반기 각각 착공한다. 이후 2단계로는 석탄부두 19만4010㎡를 대상으로 하며 석탄부두 이전 후 진행된다. 1단계 완공시점은 2026년이다.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자 선정에도 중고차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은 규모다. 현재 송도유원지 일대 약 33만㎡(약 10만평)이 중고차수출단지로 활용 중이다. 스마트 오토밸리 전체 개발 규모와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예정인 석탄부두 이전은 미진한 실정이다. 현재 석탄부두 이전대상지인 강원도 동해의 경우 민간투자사업이 무산되면서 재정부두 사업으로 전환돼 2025년 상반기 착공, 2028년 완공 예정이다. 결국 스마트 오토밸리 2단계 사업 추진 및 입주는 그 이후에야 가능한 셈이다.

임대료 상승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 전체 예산은 당초 3500억원으로 추정됐지만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실제 사업비는 50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1단계 사업 추진 대상지역에 대한 첫해 사업자 임대료만도 62억5000여만원으로 산정돼 향후 중고차수출업체 입주 시 임대료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도유원지 일대 중고차수출업계 3.3㎡당 임대료는 1만∼1만4000원 정도로 이를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IPA 관계자는 “합리적인 임대 금액을 위해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에 이전 가능한 현실성 있는 임대료를 제시하도록 했다”라며 “중고차업계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석탄부두 이전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슈팀

 


 

“수출단지 포화 … 사업장 이전
오토밸리 최대 관건은 임대료”

새로운 땅을 찾아…㈜아민그룹 대표 '에릭'

▲ 10여년 동안 자리 잡았던 옥련동 중고차수출단지를 떠나 연안부두 근처에 새롭게 사업장을 차린 에릭 ㈜아민그룹 대표.
▲ 10여년 동안 자리 잡았던 옥련동 중고차수출단지를 떠나 연안부두 근처에 새롭게 사업장을 차린 에릭 ㈜아민그룹 대표.

중고차가 갈 곳을 잃었다.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수출단지가 품을 수 있는 중고차의 한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몇몇 중고차 수출 업자들은 좁은 땅을 떠나 새로운 곳에 터를 잡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아시아로 연 7000여대의 중고차를 수출하는 에릭(35) ㈜아민그룹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옥련동에 터를 잡고 수출업을 했다. 하지만 중고차를 보관하는데 옥련동 유원지 부지는 턱없이 부족했을뿐더러 편의가 떨어졌다.

에릭 대표는 “옥련동 중고차수출단지는 이미 포화 상태”라며 “사업장에 중고차를 댈 곳이 없어서 거주지 주차장에 대야 하는 상황도 일어나곤 했다. 이뿐 아니라 원래 유원지이다보니 수출단지에 맞는 제대로 된 시설이 미흡해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자 10여년 동안 자리 잡았던 옥련동을 떠나 연안부두 인근으로 사업장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임대료에 이전보다 넓은 땅으로 이전해 자연스레 사업시설도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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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시아로 수출될 컨테이너에 중고차를 적치한 모습.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옥련동을 떠나야 해서 씁쓸했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그곳을 벗어날 수 있어서 홀가분했다”며 “옥련동에서는 땅이 좁다 보니 중고차를 컨테이너에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쇼어링 작업을 인근 업체에 맡겼는데 저희뿐 아니라 그 일대 업체들이 다 몰려서 대기 시간만 2∼3주가 걸렸다. 지금은 땅이 넓어져 쇼어링 작업을 직접 해 예전보다 수출하는데 시간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에릭 대표와 같이 흩어져 있는 중고차 수출 사업자들을 집적화, 고도화하기 위해 인천항만공사(IPA)는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을 계획 중이다.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취지에 대해 공감하지만 임대료 문제가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릭 대표는 “수출업은 국제적인 상황이 반영되는 업종이어서 매출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유동적”이라며 “어느 달은 적자가 나곤 한다. 저만 해도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업장에 있는 중고차 100대를 그냥 포기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스마트 오토밸리 임대료가 비싸면 감당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해광 전국중고차 수출단지 협의회 회장은 “현재 옥련동은 중고차수출단지는 3.3㎡당 1만원∼1만4000원의 임대료를 낸다”며 “스마트 오토밸리 임대료가 이것보다 비싸면 중고차 업체들에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각개 전투로 평택, 당진 등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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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시아로 수출될 컨테이너에 중고차 쇼어링 작업을 하는 모습.

/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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