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지인에게 선물할 리스트를 작성하다가 소극적으로 마음이 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회사에서는 신년을 맞아 어려운 경기를 타계할 대책 마련을 위해 임원회의를 여러 차례 소집했다. 수입 대비 지출을 최대한 줄여나가자는 것이 대책 아닌 대책이었다. 뾰족한 답이 없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기업과 서민들의 신년 대책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설을 맞아 선물과 제수를 마련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은 새해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기업은 대외여건의 악화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증가로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암울한 전망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서민들은 은행에 상환해야 할 이자가 수입보다 커지면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줄인다는 장바구니 지출까지 줄여나간다는 얘기가 미디어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설이 코앞이지만 쉽게 주머니가 열리지 않는 이유는 앞에서 나열한 것 말고도 너무나 많다. 정부와 지자체는 '설 연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과 설 성수품, 생필품 등 주요 품목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한다지만 이런 대책이 우리가 직면한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우리가 겪는 지금의 위기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우리 내부로부터 발현된 문제라기보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가운데 생긴 문제들이다.
주변국의 침략과 한국전쟁, 독재정권으로부터의 억압과 IMF, 그리고 국정농단과 코로나19 등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위대한 국민이 결국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이자 중심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우리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 어두운 현실의 터널을 뚫고 다시 한 번 밝고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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