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경기와 인천의 분양시장이 고전하고 있다. 고분양가가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여파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이달 3일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대대적으로 해제했다. 침체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와 인천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경기는 고분양가, 인천은 고금리에 공급과잉 상태다.
올해 분양에 나선 평촌 센텀퍼스트의 성적표를 보면 초라하다. 분양가가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높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지난 9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 627가구 모집에 83명만 신청해 평균 0.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다자녀 가구 전형으로 공급된 72㎡에는 15가구 모집에 2명이 신청했을 뿐, 72㎡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택형에는 신청자가 1명도 없었다. 242가구가 나온 신혼부부 전형에서는 청약자가 46㎡(18가구)에 1명, 59㎡(180가구)에 12명, 72㎡(30가구)에 2명이었다. 6가구를 모집하는 84㎡ A형에는 7명이 청약을 넣었지만 84㎡ B형(4가구)은 신청자가 없었다. 생애최초 전형도 121가구 모집에 59명이 청약했고, 이 가운데 경쟁률 1대 1을 넘어선 주택형은 36㎡(2가구) 6명, 59㎡ C(7가구) 8명, 84㎡ A(3가구) 9명 등이다. 32가구 노부모 부양 전형의 경우, 모집하는 주택형에서 신청자가 전무했다.
지난 10일 1순위 청약에서도 1150가구 모집에 257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안양 덕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공급되는 평촌 센텀퍼스트는 지하 3층~지상 38층, 23개 동, 총 2886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올 11월쯤 입주 예정이다. 주택형별 분양가는 약 5억4000만원부터 10억7000만 원대까지 분포한다. 그래서 집값 하락기임에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 자이 SK 뷰'도 청약 미달사태가 벌어져 현재 잔여 가구 선착순 분양에 들어가는 등 수도권 분양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를 보더라도 경기와 인천만 냉랭했다.
1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58.7로, 지난달(52.4)보다 6.3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상대로 매달 설문을 통해 조사한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지역별로 경남이 지난달 50.0에서 이달에는 71.4로 21.4포인트 급등했고, 강원 20.0포인트(50.0→70.0), 전남 18.7포인트(50.0→68.7), 경북 16.6포인트(50.0→66.6), 충북 14.8포인트(46.7→61.5), 세종 14.2포인트(50.0→64.2) 등 지방 대부분 지역에서 전망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반면 서울은 지난달 47.2에서 이달 43.9로, 인천은 42.4에서 39.2로 각각 3.3포인트, 3.2포인트 하락하는 등 수도권 전체로는 1.4포인트(45.3→43.9) 떨어졌다. 경기도는 46.2에서 48.7로 2.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도 고금리 여파가 계속될 경우,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청약·계약률이 하락하면서 미분양 공포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미분양 공포는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높게 책정된 분양가가 현실적으로 내려가지 않고서는 수도권 분양시장의 '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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