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물단지 송도유원지, '개발 기대감' 솔솔

1937년 개장·1970년 전국 첫 유원지 시설 지정
한때 '수도권 최고의 휴양지'…2008년부터 쇠퇴
송도관광단지 계획 좌초 후 중고차 단지로 방치

인근 유원지 지정 해제…최근 경자구역 움직임
인천도시관광(주) “전환점 필요” 긍정적 입장
iH “향후 고가치 평가…지분 확대해야” 공감대
▲ 1990년대까지 수도권 최대 유원지였던 인천 송도유원지 옛 모습(오른쪽 사진). 지금은 중고차 수출단지 야적장으로 사용되고 있다./인천일보DB
▲ 1990년대까지 수도권 최대 유원지였던 인천 송도유원지 옛 모습(오른쪽 사진). 지금은 중고차 수출단지 야적장으로 사용되고 있다./인천일보DB

한때 수도권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던 국민 놀이터인 송도유원지가 천덕꾸러기로 방치되고 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방문했을 송도유원지.

송도유원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휴식공간 구실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해수 풀장을 갖춘 위락시설로 문을 열었고, 1963년 바닷물을 끌어온 인공 해수욕장 등과 같은 현대적 시설을 갖춘 뒤 휴양지로 재개장했다. 1970년 전국 최초 유원지 시설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몰렸다. 대관람차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인공 백사장에는 부모 손을 잡고 소풍을 온 아이들과 젊은 연인들로 붐볐다.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인천지역 초·중·고는 너나 할 것 없이 학교 소풍지로 송도유원지를 선택했을 정도다. 송도유원지 내 매점과 식당은 돈을 포댓자루에 담아야 할 정도로 몰려드는 인파에 호황을 누렸다.

수십여년 동안 사랑받던 유원지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동시에 서울대공원 등과 같은 대형 놀이공원이 생기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유원지를 찾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 1990년대 송도유원지를 찾은 시민들이 놀이기구를 즐기는 모습./인천일보필름DB
▲ 1990년대 송도유원지를 찾은 시민들이 놀이기구를 즐기는 모습./인천일보필름DB

▲허식 인천시의장 “지분축소, 제동장치 잃은 것"

빛바랜 유원지에 새로운 색을 입히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지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폐장했던 그해 인천시는 송도관광단지 조성계획을 마련해 유원지의 새로운 모습을 그렸으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좌초됐다. 당시 유원지 일대 약 91만㎡를 송도관광단지로 지정했으나 2014년 관광단지 조성계획이 실효되면서 목적 잃은 땅들은 난장판이었다.

놀이 시설이 있던 유원지는 중고자동차에 잠식당했다. 중고차수출단지 등으로 활용되면서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무분별한 불법 주정차와 날리는 먼지로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휴양지로 사랑받던 유원지가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 과정에 유원지 주인도 여러 차례 달라졌다.

인천시와 흥한재단 등이 인천도시관광㈜을 설립해 1963년 유원지를 개장했으나 2006년 대주주가 흥한재단에서 ㈜싸이칸개발로 변경됐다. 인천도시관광㈜은 계속된 적자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차례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인천도시공사의 지분이 대폭 줄어들었다. 현재 ㈜싸이칸개발 82.1%, 인천도시공사 17.7%, 개인 7명 0.2% 등이다.

당시 인천도시공사 비상임이사를 지낸 허식 인천시의장은 “인천도시공사 지분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다”며 “시가 도시계획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도 지분이 적으면 인천도시관광이 마음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제동장치를 하나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대상지로 송도유원지 일대가 떠오르면서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인천경제청은 옛 송도유원지 일대를 포함한 송도국제도시 주변 지역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방안을 용역을 통해 2025년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 1990년대 송도유원지 모습./인천일보필름DB
▲ 1990년대 송도유원지 모습./인천일보필름DB

▲인천도시관광㈜ “옛 송도유원지 명성 찾길”

과거 송도유원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놀이 시설과 백사장이 펼쳐졌던 유원지 터는 꿈의 땅이다. 인천도시관광㈜의 최대주주인 ㈜싸이칸홀딩스 김정률 회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옛 송도유원지 터를 매입하던 2006년 김 회장은 지금과 같이 중고차 야적장 임대 사업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대단위 관광단지 개발을 꿈꿨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인천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 회장은 “고등학교 다닐 때 송도유원지로 온 적이 있다. 유원지는 말 그대로 인천시민들의 놀이공원으로 굉장히 좋았다. 어떻게 해서 내가 그걸 살 기회가 생겼고, 서울의 롯데월드같이 대단위 관광단지를 개발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매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옛 송도유원지가 도시계획시설 상 유원지로 지정된 것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지난 2020년 7월 송도유원지 일대는 일몰제 시행에 따라 유원지 지정이 해제됐지만 놀이 시설과 백사장이 펼쳐졌던 옛 송도유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천도시관광㈜ 소유의 땅이다. 도시계획시설이 20년이 지났는데도 개발이 안 된 유원지 부지들은 지정이 해지됐지만, 옛 송도유원지는 2008년 유원지로 실시계획인가를 받았던 터라 이번 일몰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옛 송도유원지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도시관광㈜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원지 지정에서 해제돼 개발하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인천도시관광㈜ 입장에서는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빈 땅에 들어선 중고차들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 대상일 뿐 아니라 큰 수익을 안겨다 주지 못하고 있다. 유원지가 폐장한 뒤 중고차 수출단지 야적장을 하면서 수익을 걷고 있지만 세금과 대출이자 등의 사업 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게 인천도시관광㈜ 관계자 설명이다.

인천도시관광㈜ 관계자는 “현재 모습은 주민들과 저희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며 “경제자유 구역에 긍정적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새롭게 설계돼 전향점을 맞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가 주도적으로 송도유원지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일대 정비와 개발에 나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천도시공사 “지분 확대 검토…경제자유구역 확대 주시”

인천도시공사(iH)와 옛 송도유원지와의 관계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시는 가지고 있는 토지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재단법인 흥한재단과 함께 인천도시관광㈜를 설립한다.

이후 2006년 인천도시관광이 인천시 지분을 받았고, 2011년 인천관광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통합되면서 현재는 iH가 해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천도시관광㈜ 대주주는 흥한재단 지분을 매입한 ㈜싸이칸개발로 변경됐다.

현재 iH는 인천도시관광㈜ 2대 주주이지만 지분율이 17.7%에 불과해 회사 의사 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힘든 구조다.

당초 iH의 지분율은 30.7%로 지금보다 많았으나 2016년 회사 유상증자(3차)에 참여하지 않아 반토막이 됐다.

더군다나 같은 해 회사의 무상 감자로 iH가 그동안 납입했던 자본금 약 30억원이 현재는 165분 1 수준인 1770만원이 된 상황이다.

현재 인천도시관광㈜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인천도시공사 AMC 사업단 한영택 수석부장은 최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iH도 송도유원지가 과거 명성과 상징에 걸맞은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향후 송도유원지 개발에 대비해) 장기적으로는 iH가 인천도시관광㈜ 지분을 좀 더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iH가 추진 중인 다른 사업이 많은 만큼 송도유원지 개발이 우선순위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유원지로 묶여 있지만 인근 1·2·3구역이 풀린 만큼 언젠가는 이곳도 풀린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처해야 한다. 주변 여건이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는 데다 향후 유원지 시설에서 해제되면 상당히 높은 가치로 평가될 것”이라며 “향후 이곳이 경제자유구역이 되면 도시개발사업 등 지금보다는 개발 가능성과 대안이 훨씬 확대되기 때문에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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