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째 끊임없는 인기 비결, 한우물 판 덕분이죠"

갈빗집 골목 성황에 가게 열어
특유의 소금양념 조리법 고수
맛·서비스·청결 삼위일체 원천
코로나에도 1명도 해고 안해
가장 큰 매력은 단골 많다는 것
▲ 이정섭 신라갈비 대표가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정섭 신라갈비 대표가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갈비의 고장인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은 갈비다. 환영, 새해, 생일, 승진, 이직 등 일상에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이 음식을 찾는다. 수많은 갈비 전문점 중 '신라갈비'는 옛 법원 사거리(동수원 사거리) 갈비타운에서 39년째 운영하는 가게다.”

신라갈비는 갈비가 수원시 고유 향토 음식으로 지정된 지난 1985년, 수원이 고향인 이정섭 대표가 문을 연 곳이다. 그가 최상의 품질로 엄선한 갈비에 수원 갈비 특유의 소금 양념 조리법을 고수하며 수원 갈비의 전통을 이은 지도 어느덧 40년 가까이 됐다. 갈비에 대한 그의 진심은 신라갈비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 확인서 외에도 경기도 '경기으뜸맛집', 모범음식점', 수원시 '모범업소 지정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표시 우수음식점', 전국종축개량협회·전국한우현회 '한우 최고급육 구매점' 등의 상패에서 느껴진다.

수원이 갈비의 고장으로 자리 잡게 된 건 정조 때 화성을 건설하면서 소의 도축이 허용되기 시작했고, 전국 3대 우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수원의 우시장은 일제 강점기부터 장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소를 이용한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다양하게 발전하면서라고 한다.

이후, 갈비가 수원의 향토 음식으로 유명해지면서 옛 법원 사거리를 중심으로 갈비촌이 형성됐고, 박정희 전 대통령 단골 맛집으로 수원 갈비가 방송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이정섭 대표는 설명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의 창업 계기도 단순하고 재밌었다.

수원 갈비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 일대에 여러 갈빗집이 들어섰는데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회사를 그만두고 신라갈비를 열었다는 것이다.

"수원이 고향이고, 여긴 부모님께 물려받은 3층 정도 높이되는 산이었어요. 형질변경해가지고 빚을 잔뜩 져서 3층 높이의 갈빗집을 연 거죠. 나름대로 여기저기 넘쳐나는 손님들이 조금씩만 떨어져도 먹고 살겠다는 생각에서, 근데 지금 다른 데는 다 망했잖아요. 제가 40년 가까이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다른데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고기, 한우물만 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양심적으로 원산지, 중량 속인 적 한번 없이 가장 좋은 등급의 고기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죠."

단순히 운으로만 신라갈비가 수원 갈비의 맥을 이어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정섭 대표는 아내와 3명의 딸과 함께 '손님 마음에 최고로 만족스러운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해 편하게 드시고 가실 수 있게 하자'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 신라갈비 주방에서 갈비전문조리사가 갈비 손질을 하고 있다.
▲ 신라갈비 주방에서 갈비전문조리사가 갈비 손질을 하고 있다.

주방에선 일관된 맛을 내야 하고 홀에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청결·인테리어 등 매장 환경이란 삼위일체 박자를 맞추면서 오랜 시간 가게를 일궈오는 데에는 세 딸의 감각과 도움이 필수적이었다고 한다.

"딸만 셋 있는 딸 부잣집인데 딸들을 다 불러들였죠. 시작은 내가 했지만 푸드스타일리스트 출신인 큰딸을 비롯해 각자들 외식산업서비스학·주거환경학으로 대학 졸업하고 일하고 있는 것을 백년가게로 가기 위해서 신라갈비로 끌어들였죠. 아빠도 나이가 있으니까 도와서 같이 하자고...다들 열심히들 하고 있어요. 큰 이변이 없는 한 신라갈비는 우리 손주들에게도 이어질 거에요."

코로나 19여파로 어려운 시기에도 단 한명의 해고도 없이, 40여명의 종업원과 함께 3층 높이의 대형 갈빗집을 유지했고, 100년 이상 손주들 세대까지 3대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은 손님들의 재방문인듯했다.

"39년째 해보니까 열심히 양심적으로만 하면 우리 가족들은 다 먹고살 수 있겠더라고요, 그동안 한 번도 지인들한테 와서 팔아달라고 얘기한 적 없어요. 다녀가신 손님분들이 오고, 또 오시는 거죠, 주변에 추천하시고. 아버지 손 잡고 온 아들이 자기 자식 데리고 오고, 미국 이민 가셨다가도 자식들 보러 한국 들르면 오고, 뭐 그런 분 많으시죠. 개업 초창기부터 갈비 맛있다고 생각난다고 대를 이어 오는 손님들이 많죠. 이 업의 보람, 매력이 뭐가 있겠어요. 이렇게 힘든데 단골손님이 많이 계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고 보람이죠. IMF, 광우병, 코로나19 이렇게 어려울 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라갈비 이것 하나만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전 여기서 장사하면서 그동안 이익금 난 것을 다른 데다 투자 하나 안 하고 모아뒀어요. 그러니까 어려울 때 우리 직원들 다 지킬 수 있었던 거죠. 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신라갈비는 365일 가운데 설날 이틀, 추석 이틀, 딱 4 일만 문을 닫는다. 이정섭 대표의 집도 신라갈비 건물 꼭대기 층이다.

"제일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 오전 7시에 나와서 갈비탕을 끓이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제가 그 전에 출근해서 문 열어놓죠. 집에 가서 밥 먹고 내려와서 장사하고 마감이 오후 9시 30분이니까 문 잠그고 올라가서 씻는 일상이죠."

/글·사진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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