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병법에 관한 지침서인 <병학지남>에서 깃발과 북 등의 호령은 ‘기고정법(旗鼓定法)’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내용이 매우 복잡한 편이다. 이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설명한 것이 기고총결(旗鼓總訣)이다. 여기에서 총통으로 호령하는 법, 쇄납, 북, 징, 라, 바라, 나팔, 취타, 오방기 등의 호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포(총통)의 신호는 명령이 내린다는 것이다. 한번 놓는 것은 명령이 내리거나 혹은 명령을 다시 고쳐 내린다는 것이다. 세 번 놓는 것은 정숙하게 하라는 것, 혹은 원수(元帥)가 장막에 장병을 소집하여 군사를 논의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승장(升帳) 혹은 영을 닫는다는 것이다. 수없이 여러 번 놓는 것은 분산 혹은 집합하라는 것이다.
호적(號笛)[쇄납(吶) 또는 태평소라고 함]은 발방(명령과 호령)이 있다는 것이다. 교련장에서 불면 대장(隊長) 이상이 출두하고 관문에서 불면 초관 이상이 출두한다.
북은 전진하라는 것이다. 한번 치는 동안에 약 20보를 나가는데 이것을 점고(點鼓)라고 한다. 이것은 행군하라는 것이다. 한번 치는 동안에 한걸음씩 나가는 것을 긴고(緊鼓)라고 한다. 이것은 빨리 가라는 것이다. 치는 소리가 연이어 우레 같은 것을 뇌고(擂鼓)라 하는데 이것은 교전(交戰)하는 것, 혹은 물과 나무를 준비하라는 것, 또는 초경(初更)이란 것이다. 각과 궁을 번갈아 치는 것[角宮迭行]을 득승고(得勝鼓)라 한다. 이것은 제자리에 돌아가란 것이다.
징(金)은 그치고자 함이니, 세 번 울리는 것은 퇴병(退兵) 혹은 취타(吹打)를 정지하라는 것이고, 두 번 울리는 것은 취타하라는 것이며, 연이어 두 번 울리는 것은 퇴병하며 돌아서라는 것이다. 또 한번 울리는 것은 치고 부는 것을 정지하며 혹은 기를 눕히라는 것이다. 징의 가(金邊)를 울리는 것은 복로 혹은 당보 및 기초를 보내라는 것이다.
라(鑼)는 앉으라는 것이다. 처음 울리는 것은 말에서 내리라는 것이요, 두 번째 울리는 것은 앉아서 휴식하라는 것이며, 계속하여 울리는 것은[傳鑼] 편안히 쉬라는 것이다.
바라(哱囉)는 일어서라는 것이다. 처음 부는 것은 출발 준비를 하라는 것이요, 두 번째 부는 것은 무기를 갖고 말을 타라는 것이다. 홑 소라를 부는 것은 두목으로 하여금 출발하라는 것이다.
나팔(喇叭)은 벌리라는 것이다. 북을 천천히 치며 나팔을 부는 것을 파대오(擺隊伍)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열을 대대로 편성하라는 것이다. 대대가 정하여진 다음에 또 길게 부는 것을 단파개(單擺開)라 하는데, 이것은 열을 소대로 혹은 단열(單列)로 산개(散開)하라는 것이다. 소리를 길게 빼어 불면서 기를 가로 흔드는 것을 전신(轉身)이라 하는데, 이것은 어떤 곳으로 향하여 몸을 돌리라는 것이고, 길게 한번 부는 것을 천아성(天鵝聲)이라 하는데(긴 소리를 하나의 소리로 부는 것을 천아성이라 함), 이것은 고함 혹은 일제히 무기 즉 총이나 활을 쏘라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 부는 것을 장호(掌號)라 하는데, 한 번 부는 것은 군사들이 밥을 지으라는 것이고, 두 번 부는 것은 군사들이 교련장으로 나가라는 것이며, 세 번 부는 것은 주장이 출발한다는 것이다.
솔발(摔鈸)은 거두라는 것이다. 처음 울리는 것은 대오를 거두라는 것이며, 다시 울리는 것은 대대를 형성하고 깃발을 거두라는 것이다.
취타(군악)는 개폐(開閉)하라는 것이다. 대취타는 영을 개폐하라는 것, 혹은 앞서 있던 곳[信地]72)으로 돌아가라는 것이고 소취타는 문을 조금만 열라는 것이다. 취타를 하지 않고 영을 닫는 것은 비밀히 진을 치라는 것이다.
인기는 살펴서 분별하라는 것이다. 있던 곳에 깃발을 세운 것은 그 깃발 밑에서 보고를 하고 영을 들으라는 것이다. 기를 가로 흔드는 것을 마(磨)라 하는데 이것은 장령들을 오라는 것이고 기를 휘두르는 것을 휘(麾)라 하는데 이것은 흩어져 돌아가라는 것이다.
오방기와 고초는 앉는 것, 일어서는 것, 나가는 것, 그치는 것 또는 전후 좌우로 돌라는 것이다. 단독 기를 하나만 세우는 것을 입(立)이라 하는데, 이것은 어느 영이든지 살펴보라는 것 혹은 어떤 수(手-기수 고수 등을 말함)의 호령이든지 주의하라는 것이다. 징을 울리고 기를 눕히는 것은 영대로 행하라는 것이고, 기로써 가리키는 것을 점(點)이라 하는데 이것은 가리키는 데로 좇아서 가라는 것이다. 마(磨)하는 것은 영에 따라서 행하라는 것이요, 눕히는 것은 모두 누우라는 것이며, 드는 것[擧]은 모두 들라[擧]는 것이요, 응하라는 것은 모두 기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마는 것은 일이 있으면 펴라는 것이요, 펴는 것은 이어서 전[傳接]하라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