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아름다운 석회동굴에는 생명력 가득한 동굴 생성물들이 장관을 이룬다.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으며 성장한 동굴 생성물 '종유석'과 물방울이 떨어져 오랜 시간에 걸쳐 석회질 물질이 바닥에 쌓이며 점차 자라 올라온 '석순'. 모두 물방울이 품은 시간이 빚어낸 작품들이다.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성영희 시인은 세 번째 시집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을 펴냈다.
성영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에는 생명과 자연에 대해 사유하는 작가의 몸과 마음을 관통한 시간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냈다.
“곧 닿을 거 같은 석순과 종유석의 작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도 수천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오랜 기간동안 위에서는 수없이 많은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아래에서는 힘겹게 올라가겠죠. 자연의 신비를 바라보며 기다림, 사랑, 그리움 등 인생의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졌어요.”
경인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돼 지난 2017년 등단한 작가의 시에 대한 사랑은 고집스러울 정도다. 지독한 병마와 싸우는 동안에도 한순간도 시를 놓은 적이 없었다.
작가의 오랜 투병 생활은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우리가 잊고 지낸 근원적인 존재들을 사유하는 시간이었다.
“물 한 방울이 냇가를 지나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고 다시 비로 내리잖아요. 인생도 하나의 물방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도 자연으로 돌아가 순환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익숙해 지나치고 있던 자연과 사람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어요.”
작가는 평소 우리가 자연이 주는 것들에 대해 당연시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자연이 건네주는 선물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뤄져 있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물은 피만큼 소중해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물, 햇볕과 같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자연스럽게 얻고 있는 자연의 혜택에 감사함을 잊지 않고 모두가 살아갔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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