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꽃배, 기다리며…

동두천 캠프 호비 앞 옛 기지촌클럽, 마을사랑방으로 변신
기지촌 역사·문화, 한국 근현대사 한 페이지로 기록
순자라는 여성들 조명하기 위한 '턱거리문화제'로 新바람

시간이 머문 자리엔 역사, 문화, 자연, 사람이 남기고 간 삶의 흔적이 새겨졌다. 528㎞ 경기만을 따라 삶의 숨결을 불어넣었던 '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2020), 냉전의 시대, 경기도의 동서남북 하나를 이뤄냈던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2021). 경기에코뮤지엄의 담론을 형성해 온 인천일보와 경기문화재단이 이번엔 '사람'을 이야기한다. 천 년을 지켜온 1300만 경기인의 힘, '지붕 없는 박물관, 사람을 담다'가 우리네 진솔한 삶 속으로 안내한다.

 


 

▲ 턱거리마을박물관 전경./사진제공=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
▲ 턱거리마을박물관 전경./사진제공=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

한국전쟁이후 미군 기지촌이 형성되면서 호황을 누렸던 마을, 동네 바둑이도 달러를 물고다녔다던 그 마을. 그랬던 마을이 하나둘 사람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빈집 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희망하며 평화와 사랑의 꽃배가 들어올 날을 기다리며 턱거리마을박물관이 조용한 마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억하라(Remember), 말하라(Remark), 회복하라(Recover)

동두천 캠프 호비 앞 기지촌 골목에 자리한 턱거리마을박물관은 1972년 미군을 상대로 술을 파는 작은 클럽 '황금스톨'로 운영돼 오다, 2009년 카페 '샹제리에'였던 공간을 소유주의 협조와 경기도의 후원을 통해 2019년 11월, 옛 기지촌 클럽에서 경기에코뮤지엄의 거점공간인 '턱거리마을박물관'으로 개관하게 됐다.

턱거리마을박물관은 침체된 마을에 문화예술로 활기를 주고 마을 사랑방을 만들어 주민 상호간의 신뢰 회복을 취지로 운영돼 오고 있다.

'턱거리 마을'은 미2사단 캠프 호비가 주둔하면서 형성됐던 기지촌 마을이다. 턱거리 마을은 1970년대까지 보산동과 함께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하나였다. 2000년대 들어 동두천시 신시가지 조성과 택지 개발,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 등으로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던 많은 업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때 턱거리 마을 사람들은 '나눔의 집'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활로 모색에 나서게 됐고 2019년 11월30일 에코뮤지엄인 '지붕없는 박물관'과 거점 공간인 턱거리마을박물관을 개소했다. 기지촌의 역사를 복원해 현재의 문제를 성찰하고 해체돼 가는 지역공동체를 되살리자는 취지를 담아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일으키기 위한 노력들을 해 오고 있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턱거리마을박물관은 기지촌의 역사를 복원하고 현재의 문제를 성찰, 해체돼 가는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주민활동가들이 마을어르신들의 생애를 기록하는'생애사 기록'을 중점으로 마을의 거점 공간으로써 다양한 역할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제1회 순자문화제'를 시작으로 '턱거리문화제'까지 올해로 3년째 개최해 오고 있다.

턱거리문화제 전신인 '순자문화제'는 기지촌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연 지역 축제다. 축제에 기원에는 두 명의 순자가 등장한다. 한 명의 순자는 그가 죽자 이 여성을 사랑했던 미군이 봉분과 비석을 세워 사랑이 영원함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고 또 한 명의 순자는 홀로 늙어 가며 과거의 기억 속에서 미군의 존재를 지워내려 했던 여성이었다.

공교롭게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순자를 통해 당시 기지촌에서 살아간 여성들을 재조명하게 된 마을 주민들은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치열한 경제 성장의 역사 속에서 '순자'라는 여성들이 처했던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 기지촌의 역사와 문화를 한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하고 있다. 문화제에서는 꽃상여를 지고 턱거리 마을을 돌며 영혼들의 넋을 달래는 퍼포먼스부터 음악회와 주민노래자랑 등 마을주민들의 화합 도모를 위한 행사들이 주로 진행된다. 이밖에 턱거리마을박물관에서는 '우리동네 놀이터'를 열고 '한글학당'과 지역아동센터 내 급식 지원을 돕고 있다. 또 '터기리마을신문' 간행과 '마을방송국'을 통해 마을의 다양한 소식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턱거리마을박물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이영란 턱거리마을박물관장

2019년 개관…역사·사람·환경 주제로 다양한 활동
마을 정체성·고유문화 보존 위해 축제 마련
신문·방송 등 통해 지역 소식 공유

▲ 이영란 턱거리마을박물관 관장
▲ 이영란 턱거리마을박물관 관장

Q1.'턱거리마을박물관(턱거리마을협동조합)'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턱거리마을박물관'은 2019년 11월에 개관해 턱거리마을의 역사와 사람, 환경 등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쇠락해가는 기지촌 마을의 지역활성화와 기지촌마을의 부정적 인식개선, 지역주민으로서 자긍심 등을 끌어내기 위해 마을박물관을 세우게 됐죠.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랑방 또는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역할해 가고 있습니다.

 

▲ 박순자 묘비
▲ 기지촌 여성 박순자씨의 묘비에 새겨진 문구./사진제공=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

Q2.'턱거리마을박물관'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요.

A.턱거리마을박물관의 가장 큰 역할은 지역주민들의 소통을 위한 거점 공간입니다. 박물관의 대표적 활동에는 '턱거리문화제(순자문화제)'가 있습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기지촌 여성 박순자씨의 무덤과 묘비에 써 내려 간 미군 레이놀드의 순애보 사연이 알려지면서 턱거리마을의 정체성과 고유의 지역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지역 축제의 의미로 문화제를 열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마을소식지 발간, 마을환경미화, 마을역사 기록,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3.'턱거리마을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요.

A.마을 안에 아트스튜디오(창작문화공간)를 설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조합입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문화예술적인 창작 행위를 주도함으로써 지역공동체성의 회복과 마을의 온전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 턱거리마을 주민들이 '우리동네 놀이터'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
▲ 턱거리마을 주민들이 '우리동네 놀이터'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

Q4.'턱거리마을박물관'의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지요.

A.지금까지 해온것처럼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갈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우리지역의 하천인 동두천에 대해 알아가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해 갈 계획입니다. 또 우리 지역인 동두천(東頭川)이 동두천(東豆川)으로 잘못 알려진 것에 대해 바로 고쳐가려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노력들은 주민들이 화합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해 갈 중요한 과정이라고 확신합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공동기획=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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