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자 만나 범행 공모
피해자 24명 보증금 55억 편취
경기남부경찰청, 사기혐의 구속
▲ 전세 사기 관련 CG(위 사진은 아래의 본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인천일보DB
▲ 전세 사기 관련 CG(위 사진은 아래의 본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인천일보DB

빌라 3400여채의 임차인들 보증금을 가로챈 일명 '빌라의 신 일당'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데에는 '분양업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 분양업자 2명은 빌라의 신 일당인 B씨 등 3명과 신축 빌라 매입을 임차인 돈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부동산업자들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빌라 분양을 수십명에게 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B씨 등은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빌라를 사들이는 등 돈 한 푼 안 들이고 부동산 소유권을 얻었다. 임차인들은 신축빌라 특성상 저당권 설정 등 등기부등본상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토대로 계약했다가 피해를 봤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분양대행업자 A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 등은 2018∼2019년 구리시 일대 20여 세대 규모의 신축 오피스텔 분양대행을 맡으면서 B씨 일당에게 연결해주는 수법으로 24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55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분양을 많이 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안좋기에 빌라를 사려는 이들이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자본 캡투자자인 B씨를 만나 범행을 공모했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을 원하는 임차인을 B씨 등에게 연결해주면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했다. B씨 등은 오피스텔 분양 대금을 낸 뒤 건축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A씨 등은 이 과정에서 1000만∼2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고, B씨 일당은 빌라 소유권을 얻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구속한 분양대행업자들은 전세사기 주범들과 공모해 '무자본 갭투자' 분양구조를 설계한 핵심 피의자”라며 “향후 수사를 확대해 전세사기 범죄를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 B씨 일당 중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국에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을 3400여 채 소유한 상태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도운 부동산중개업자나 분양업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170여 명 규모의 전세 사기 전담 TF를 꾸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자, 브로커 등 200여 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한편 부동산 피해는 2019년 107건, 2020년 97건, 2021년 187건으로 점점 늘고 있다. 피해액도 2019년 3442억원에서 2021년 579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