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일 한역(韓易) 연구소 소장.
▲ 한태일 한역(韓易) 연구소 소장.

이제 며칠 후면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멋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 지나다보면 작심삼일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심지(心志)가 굳지 못한 걸 후회하며 되새기는 글귀가 있다. “남들은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도 난 백 번을 하며, 남들이 열 번해야 익숙해지는 일은 난 천 번을 해서라도 그렇게 한다(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이렇게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중용(中庸)>의 이 글귀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 있었으니 전설적 독서광인 김득신(金得臣,1604~1684)선생이다. 조선시대 화가 김득신과는 동명이인이다. 선생은 어렸을 때 천연두를 앓아서 다행히 살아남았으나 후유증으로 아둔했다고 한다. 10살이 되어서야 글을 깨우쳤으나 금방 들었던 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심하게 말하면 바보였다. 그러나 “읽고 또 읽어서 부단히 독서하면 대문장가가 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어 책을 한번 잡으면 수없이 반복하여 읽는 것으로 극복해 나갔다. 그가 책 한권을 몇 번 읽었는지 그 횟수를 기록한 것[讀數記]를 보면, <노자전>과 <중용 서문>은 2만 번, 가장 즐겨 읽었다는 사마천의 <사기>에 있는 <백이전>은 자그마치 1억1만8천 번(1억 번은 현재의 10만 번에 해당)이나 읽었다고 하여 서재 이름도 '억만재(億萬齋)'로 지었을 정도였다. 그나마 <장자> 등도 많이 읽었으나 그 횟수가 1만 번을 채우지 못해 목록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하루는 말을 타고 가며 시를 읊는데 마지막 문구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마부가 태연스레 그 구절을 읊는 것이 아닌가. 선생은 감탄하여 마부를 말에 태우고 자기는 고삐를 잡고 가는데 마부 왈 “나으리께서 늘상 읊던 당시(唐詩)가 아닙니까?”하며 웃자 그제서야 무릎을 쳤다고 한다. 어쨌든 피나는 노력으로 당시로는 상노인에 해당하는 환갑이 되어서야 과거 급제하여 정선군수와 동지중추부사까지 벼슬을 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승리이던가! 정약용도 선생을 평하길 “문자가 만들어진 이래로 세상에서 독서를 열심히 하신 분 가운데 선생을 으뜸으로 쳐야 할 것이다”라고 칭송하였다.

선생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배우는데 재능이 남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成]도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렸을 따름이다”

검은[癸] 토끼[卯]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누구나 느끼고 있듯이 세운(世運)이 밝지 못해서일까? 지금 세상 운세는 선천의 상극(相克)기운이 기승을 부려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다. 내년에도 우주 여름의 불기운으로 인해 총칼로 싸우는 전쟁뿐만 아니라 기후전쟁, 인플레전쟁, 취업전쟁, 팬데믹 전쟁 등으로 선·후진국 간, 지역·계층 간에 더 격렬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언제 우리 앞에 비단길이 깔렸던 적이 있었던가? 항상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능히 극복해내지 않았던가. 김득신처럼 소원하는 바를 수 천, 수 만 번 읊조리다 보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말이 씨가 되어 열매를 맺으니까.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e스포츠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롤드컵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린 프로게이머, 김혁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그 말을 새해에는 화두로 삼아 우리들 앞을 막고 있는 고난이란 장벽을 힘껏 날려버리자.

/한태일 한역(韓易)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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