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째 이어온 가업 비결, 끊임없는 안경 연구죠"

대학 포기후 안경 기술 연마
10년후 5평 안경원 문 열어
30년 경영 철학은 '디테일'
서비스 충실… 손님들 '발길'
매주 광주 이주민센터 강의
매년 어려운 나라 방문 봉사
▲ 조이용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조이용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만들어주신 가게인 만큼 이 자리에서 100년 넘게 이어가기 위해 온 가족(아내, 아들, 딸)이 안경사 국가 면허증을 땄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네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결국은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를 이어받아 안경사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죠. 전통과 미래, 믿음과 실용,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더불어 사는 안경원이 되겠습니다."

지난 1993년 분당 수내동 코끼리 정통시장 입구에 문을 연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의 조이용 씨는 인터뷰 내내 안경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시력검사와 렌즈. 테, 패션 등 모든 합이 잘 맞아야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시력검사를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30년째 한 자리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과 백년가게로 선정된 이유인 듯했다.

"경영 철학이 디테일함이에요. 섬세함이 저의 차별화라, 어떻게 하면 디테일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죠. 우선 시력검사를 충실히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전부 틀어져요. 벤츠 자동차도 운전자의 운전 실력이 별로면 사고가 나잖아요. 안경도 마찬가지예요. 렌즈 기능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은 시력검사와 피팅을 잘해야 좋은 렌즈가 더해졌을 때 효과가 배로 나는 거예요. 한 자리에서 30년을 해낸다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안경하면 코끼리가 생각난다는 고객들에게 일단 감사하죠. 공감대 형성을 통해 안경보단 마음을 파는 업같아요."

조이용 씨는 39년 전(1983년) 집안 사정으로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충무로에 있는 한 안경원에서 일하며 안경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안경 기술을 배운지 10년만인 1993년, 훌륭한 안경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지금의 자리에 홀로 5평의 안경원 문을 열었다. 29년이 지난 현재, 10배가 늘어난 50평의 안경원의 대표가 됐다.

"문을 연 첫 해엔 정말 하루종일 고객이 한 명도 없어서 개시를 못한 날도 많았죠. 그때 고등학교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나더라요. '무슨 일을 해도 최소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하셨던 말이죠. 판매가 되지 않으면 밥을 안 먹는다는 마음으로 했었죠. 밥을 많이 굶었어요. 그렇지만 기술과 서비스 면에서 디테일하게 정성 들여 해드리니까 고객들이 친구를 데리고 오고, 부모님 모시고 오고 가족들 추천해서 오시더라고요. 우린 정말 주민들이 만든 가게에요. 얼마 전에 한 손님이 우리 집 단골이라고 하는 거예요. 찾아보니까 우리 집에서 안경을 3번 맞추셨어요. '3번 오셨는데 단골인가?' 생각해보니까 그분이 8년 주기로 안경을 한 번씩 맞추시면서 25년을 한 번도 다른 안경원을 가시지 않고 우리 집에서만 맞추셨으니까 단골이더라고요."

▲ 서울로 이사갔지만 지금까지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를 찾아오는 한 손님이 시력검사 받고 있다.
▲ 서울로 이사갔지만 지금까지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를 찾아오는 한 손님이 시력검사 받고 있다.

그는 30년째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를 지켜오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기 위해 지금도 매주 서울에 안경 강의를 들으러 올라간다.

대를 이어 멀리서도 그의 안경원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데는 안경에 대한 그의 고집스러운 마음이 느껴져서인듯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안경을 맞춰줬는데 좋았나 봐요. 엄마, 아빠를 모시고 오더라고요. 저분이 부모님이랑 쭉 오시다가 어느 날 장가를 갔는지 이젠 아이를 데리고 오시는 분이에요. 또 외국이나 지방에 계신 분들도 더러 오시죠. 외국인들은 얼굴이 조각이잖아요. 코도 높고 그러니까 동양인이랑은 달라서 서양 안경사들은 동양인을 만나면 굉장히 힘들어하신대요. 손볼 게 너무 많다고…. 그래서 명절에 한국 들어오시면 방문하고 계시고, 창원에 계신 분도 부모님 뵈러 분당 올 때마다 우리 가게 오셔서 피팅이라도 다시 받고 가고…. 그런 손님 많죠. 30년 경험의 비결인 것 같아요. 우리가 맛집의 레시피를 따라 해도 맛이 다르잖아요. 의사도 명의가 있는 것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차별화된 기술을 얻었죠."

조이용 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태어나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기에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의 실력을 믿고 찾아주는 고객의 마음도, 안경이 필요하지만 여러 여건으로 쉽게 안경을 맞추지 못하는 마음도, 잘살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기술은 없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지혜와 기술을 갖고 있다.

한국에선 성남시의 어려운 주민들에게 무료 안경맞춤 봉사를 지속하고 있고,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이주민센터에서 매주 안경 기술을 강의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도 본인의 기술이 없으면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국으로 돌아가도 금방 잃는다는 이유에서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보면 의사들은 의술, 재능으로 사람을 치료하잖아요. 그걸 보고 '아, 나도 안경사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가지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생각하다가 해외 봉사를 시작하게 됐죠. 전 앞을 보기 어려운 사람에게 볼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업을 갖고 있잖아요. 매년 어려운 나라를 찾아 시력검사장비와 심층시력분석기, 안경렌즈, 테 등등 안경원에 있는 것 다 바리바리 싸서 가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맞춰줍니다. 갈 때마다 5일에서 7일 정도 체류하니까 한 700명 정도 맞춰드리죠. 그래서 공항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기도 해요. 장사하는 것 같아서 그런가?

언젠가는 세관에서 1000달러를 보증금으로 맡기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돌아갈 때 모든 것 그대로 갖고 돌아오면 돌려준다고 했던 적도 있었죠.

이번엔 미얀마에 안경원을 지어주고 왔어요. 해외봉사 때 도움 주셨던 현지 안경사들이 있는데 안경원을 개업할 돈이 없다 보니까 기술은 갖고 있지만 너무 어렵게 사시더라고요. 이분들이 안경원을 잘 운영해서 수입이 생기면 또 지역사회에 환원하겠죠? 그게 제가 바라는 선순환 효과입니다. 제가 돈 벌고 사는 이유죠."

더불어 함께 봉사하는 삶을 사고 싶다는 그의 가족 구성원 모두는 안경광학과 학위를 이수하고 안경사 국가 면허증을 땄다.

부인인 김성순 씨는 해외봉사를 다니면서 안경 전문기술이 없는 탓에 아쉬움을 느껴 50세의 나이에 안경공학과에 편입해 자격증을 획득했고, 아들인 조형진 씨와 딸 조혜진 씨도 각각 아빠가 하는 일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에서 공부하고 현재 안경업에 종사하고 있다.

'눈만보자'는 안경원의 원훈처럼 진심으로 눈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100년 이상 이어갈 코끼리안경콘텍트렌즈의 미래가 더욱 더 기대된다.

/글· 사진=김보연 기자 boyeo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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