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수년전만 해도 계양산은 지금처럼 황폐하지가 않았다. 지금의 부평초등학교를 벗어나면 바로 산 중턱이어서 밤이면 산짐승이 내려온다고 할만큼 인적이 드물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도당터가 있어 해마다 가을이면 당제를 지냈다. 지금 그 도당터가 아파트 복판에 갇혀 있는 것을 보면 산이 얼마나 훼손되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예전의 계양산은 도둑이 근거할 만큼 깊숙했던듯 하다. 지금은 요긴한 길목으로 차량의 행렬이 그치지않는 경명현은 근래까지 도둑으로 인해 왕래가 뜸했었다고 한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서도 계양산엔 도둑의 소굴이 있었던 것으로 그려진다. 임꺽정이 그곳에서 검술을 익히고 도둑의 위세가 어찌나 강했던지 부평부사가 거느린 관병들조차 근접을 못한다.

 계양산은 옛 부평의 진산이요 인천의 주봉이다. 해발 395m로 인천시 관내에서 가장 높다. 서남으로 산줄기가 흐르면서 철마산을 이루고 이것이 인천과 부평을 갈라놓는다. 예전엔 원퉁이고개가 유일한 통로였으나 지금은 철마산 관통로 경인고속도로 경명현 등이 있다. 계양산의 정상은 쌍봉이다. 사방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지 산은 한결같다. 우아한 여인의 자태처럼 곱다.

 이 산은 본래 바다에서 떠밀려 왔다는 전설이 있다. 경작을 하다보면 흔한 돌이 이곳만이 아니거늘 산이 옮겨져 올때 흩어지느라 특히 돌이 많다고도 한다. 이규보의 『망해지』에 의하면 부평의 삼면이 바다라고 했으니 동편의 한강수가 감돌고 서쪽은 바다여서 그랬으리라 여겨진다. 이훈익옹은 강화도 마니산의 반조각이 갈라져 떠들어 왔으며 그래서 마니산은 형산 계양산은 아우산이라고도 한다고 전한다.

 이같은 유서깊은 계양산이 편안치를 못하다. 날로 황폐화하고 잊을만 하면 공원개발 소문이 튀어나와 시끄럽게 한다. 최근에는 정상에 통신시설 송전탑을 하느라 까뭉개지기도 했었는데 이제 또다시 계양산의 위락단지 조성 움직임으로 환경단체가 반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인천은 별로 많지도 않은 산지를 그대로 두지못해 조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