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쌍령전투 장군 위패 모셔
작은 사당 방치…주차공간도 없어
부대시설·부지 확보 발로 뛰어
“지역사회서 적극적 나서야 할 때”
▲ 허현무 광주문화원 부원장.

“광주시의 얼굴인 광주시 향토문화유산 유형문화재 제1호가 남의 땅에 있고, 차 한대도 주차할 곳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창피합니다.”

21일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 87-1앞에서 조그만 사당을 바라보며 한숨 쉬고 있는 광주문화원 허현무(65·사진) 부원장.

허 부원장이 바라보고 있는 사당은 정충묘(精忠廟).

이 사당은 병자호란 쌍령전투에서 순국한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허완 장군,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민영 장군, 공청도 병마절도사 이의배 장군, 안동영장 선세강 장군 등 4명의 위패가 봉안돼 제향되는 곳이다.

▲ 허현무 광주문화원 부원장.
▲ 허현무 광주문화원 부원장.

정충은 정충보국(精忠報國)에서 연유된 '사사로운 감정이 없는 순수하고 한결같은 국가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

이 전투는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있는 인조를 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장졸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가 청나라에게 패한 전투다.

이후 조정은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을 뒤늦게 매장 수습하고 이곳에서 위령제를 지내기 시작,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비록 패한 전투지만 꼭 기억되어야 할 역사입니다. 특히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인 장졸들의 충성심을 지금도 되새겨 볼만 합니다.”

이 고장에서 태어나 농사를 주업으로 한 허 부원장은 30여 년간 마을 이장, 새마을 지도자, 주민자치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문화원 광주학연구소장을 지낸 뒤 2년 전 부터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이 사당과 위령제를 보아 왔던 허 부원장은 1호 향토유형문화재가 축소되고 방치돼 있는 것을 의아해 했다.

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과 연관 선상에 있는 이 쌍령전투가 역사에서 소외된 사실도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허현무 광주문화원 부원장.
▲ 허현무 광주문화원 부원장.

여기에 매년 음력 정월 초3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제향 행사에 참가하는 관계자들이 부대시설조차 없어 아슬아슬하게 차도로 걸어 다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이제 허 부원장은 지역의 역사바로세우기를 1차목표인 시설과 부지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역은 발전을 하고 있는데, 이곳은 폐허가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지역의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늦기 전에 이제는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인도도 없는 옛 3번국도변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허 부원장은 광주시 1호 유형문화재 조성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또다시 힘주어 말했다.

/광주=글·사진 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