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민 “며칠째 집 못 가거나
내륙 나가기를 포기한 사람도”
대형선 도입 등 대책 필요 지적
“눈 폭탄이 쏟아져 섬 전체가 눈 속에 갇힌 것 같은데 여기에 여객선까지 통제되니 온 마을이 '고립'된 상황이에요.”
인천 옹진군 백령도 주민들이 잇따른 서해 기상 악화로 유일한 교통 수단인 여객선 운항 통제가 길어지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1일 인천항 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천과 서해5도 등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백령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2척이 또다시 통제됐다.
무엇보다 이날 오후 2시쯤 인천 바다에 강풍주의보와 풍랑주의보가 발효됨에 따라 해제 시점인 이달 25일까지 최장 5일간 선박 운항이 통제될 것으로 관측돼 주민들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백령도 주민 심효신(59)씨는 “계속되는 여객선 결항으로 백령 항로를 이용하는 소청·대청·백령 3도 주민 1만2000여명은 어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며칠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부터 아예 내륙으로 나가기를 포기한 주민까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옹진군에 따르면 백령 항로는 이달에만 총 9차례에 걸쳐 여객선이 통제됐다. 지난달에는 6차례 통제가 이뤄졌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겨울철 한파와 폭설 등 기상 악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덩달아 운항 통제 기한도 길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에는 4일과 13일, 26일에 하루 만에 끝났던 운항 통제가 같은 달 28일에는 30일까지 총 3일간 지속됐다.
이달에는 11일과 13~15일, 17~18일 등 간헐적으로 통제와 정상 운항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60대 주민은 “며칠째 발이 묶여 인근 숙박시설을 전전하거나 아예 섬 밖으로 나갈 때는 장기 일정을 소화하고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라며 “운항 통제가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올해 겨울은 더 혹독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상 악화 상황에서도 바다에 띄울 수 있는 대형 여객선 도입이나 선박 운항 통제 시 주거 불안을 해소할 정책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대개 11월부터 3월까지 시기가 여객선 결항일이 가장 많은 편”이라며 “군민 전용 게스트하우스 건립 사업 폐기 이후 현재까지 운항 통제에 따른 주민 지원책은 논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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