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여파 수원시 영통2동 '휘청'
음식업 매출 12억대→4억대 '급락'
주민·상인들 함께 '가로수 옷' 제작
103그루 '형형색색' 작품으로 변신
방문객 늘어나며 카드 매출 회복세
▲ 19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상가 거리에 헌 옷을 재활용한 가로수 옷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침체된 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제작해 설치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19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상가 거리에 헌 옷을 재활용한 가로수 옷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침체된 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제작해 설치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어머, 가로수에 옷 입힌 것 좀 봐. 참 예쁘고 신기하네. 어떻게 만들었대.”

19일 오전 11시 수원시 영통2동 망포역 인근. 모임을 하러 나온 듯한 40대 주부 3명이 가로수를 만지작거리며 나눈 대화 내용 중 일부다. 다른 주민은 신기한 듯 핸드폰 카메라로 가로수 사진 찍기에 여념 없었다. 최근 '명소'로 입소문이 난 거리의 모습이다. 망포역 상권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보행로에 심어진 가로수가 남다르다. 겨울옷을 입고 있어서다.

103그루, 한 개 구간 길이로는 약 350m에 달하는 가로수 몸통에 두른 옷은 형상이 모두 다르다. 게다가 예술적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색깔로 해바라기·장미·코스모스 등 이쁜 꽃장식이 달린 옷부터 풍경, 사람, 그리고 각종 문구를 적은 옷까지. 소소한 볼거리이면서, '작품'처럼 섬세하다. 행정복지센터에 구입처를 찾는 일부 주민 또는 방문객 문의가 있을 정도다.

가로수 옷은 사실 '희망'을 위한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영통2동은 어느 곳과 다를 바 없이 침체를 겪었다. 늘 사람으로 붐볐던 상권에 발길이 끊겼다. 마을 역시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수원시 조사 결과, 음식업의 경우 12억8000만원을 기록한 상권 카드매출이 2019년 12월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최저 4억7000만원으로 3분의 1가량 떨어졌다.

이에 영통2동 통장들로 구성된 단체는 가로수 옷 입히기를 추진하기 이른다. 상인들도 협력해 일을 도왔다. 지난해 1구간에 쓰일 4~11월 60벌의 옷이 제작됐고, 올해 같은 시기 2구간 전용 43벌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체계적이었고, 정성도 들였다. 우선 둘레를 재고 길이를 맞춘다. 치수가 맞지 않으면 옷이 뜯어지거나 흐르는 등 보기 안 좋기 때문이다.

또 니트 등 헌 옷을 구한다. 버려진 옷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다. 그 다음 아이디어를 모아 그림 시안을 구상한다. 현재 커피숍 앞에 커피 그림, 안경원 앞에는 안경 그림 등 매장 유형에 맞춘 가로수 옷도 있다. 이어 제작 단계로 돌입한다. 기계를 안 쓰고 직접 손으로 옷감을 자르고 덧댄다. 그림을 한 땀 한 땀 바늘로 뜨개질해 옷이 완성된다.

1년 동안 가로수 옷 제작에 동참한 주민, 상인 수는 약 190명. 통장 단체에 있는 주부 6~7명은 주 제작 인력으로 매일 같이 바늘을 들었는데, 한 달 꼬박 힘을 써도 5벌 안팎으로 옷이 완성될 정도로 어려웠다. 사용·관리도 쉽지 않다. 가로수에 부직포를 감싸고 옷을 입힌 뒤, 줄로 단단히 묶는다. 겨울이 지나 4월이 오면 가로수 옷을 다시 걷어내 세탁하고 보관, 10월 말에 다시 쓰는 방식이다.

상인들은 실제 장사에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송원 망포역 상가번영회 총무는 “주민이나 방문객이 가로수를 보고 상권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며 “주민과 상인이 합심해서 코로나19를 이겨나가고 있다. 마을을 공동체 주체로 바꿔나가는 것에 대한 시의 지원도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통2동 주민들은 상권을 홍보하는 자체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었고, 상인들도 주차장으로 쓰였던 보행자 통행 용도 등의 부지를 주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수원시 사업에 동의하는 등 공동체로서 호흡해왔다. 다행히 망포역 상권은 올 7월 카드매출이 8억원쯤으로 집계, 점차 회복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시는 가로수 옷 만들기를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으로 비용을 지원했고, 추후에도 관심을 가질 방침이다.

영통 2동 관계자는 “관 주도가 아닌 마을과 상인이 상생하고 돕는 움직임이라 더욱 뜻 깊다. 외국인 소비층도 생기는 등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