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찬휘와 헤니히가 육아매체 베이비뉴스에 연재 중인 <작정해도 어렵네>는 매 회마다 시각 장애인의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한 대체 텍스트를 별도로 삽입하고 있다. 네이버의 배리어 프리 웹툰은 이 대체 텍스트를 AI와 OCR을 통해 자동으로 만들어내겠다는 발상이다.

지난 12월 5일 네이버 웹툰은 '2022년 널리 세미나'를 통해 '배리어 프리 웹툰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배리어 프리 웹툰이란 문자 그대로 '진입 장벽'을 없앤 웹툰이란 뜻으로, 시각 장애인들을 비롯해 그간 시각 매체인 웹툰에 접근하기 어려워했던 이들에게 웹툰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다.

웹에서 이미지를 시각 장애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대체 텍스트'라는 것이 쓰인다. 대체 텍스트란 웹에 이미지를 올릴 때 해당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달아놓는 것으로, 시각 장애인들은 설명 부분에 해당하는 글자를 기계음으로 합성(TTS)한 '소리'로 듣게 된다.

배리어 프리 웹툰은 이와 같은 대체 텍스트를 내러티브의 흐름을 지닌 채 칸 내지는 구역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이미지 파일 묶음인 웹툰 속에서 추출해 정렬함으로써 작가가 지정한 순서대로 음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기능의 골자다. 사람이 하면 간단해 보이는 것이어도 막상 기술로 구현하는 데에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들어간다. 단지 문자만 OCR(광학문자인식기능)로 판독한다면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순서를 파악해 정렬하는 과정은 만화의 연출법을 생각하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네이버 웹툰은 이를 AI로 구현하겠다는 모양이다.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일단 18만 회차 분량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자사 웹툰에 한정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기술의 목적이 비단 시각 장애인만을 위한 대체 텍스트 제공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미지로 합쳐져 있는 문자를 음성화 등을 위한 형태로 떼어낸다는 건 다시 말해 데이터베이스화를 진행한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시각장애인만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검색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데이터베이스를 쥐고 있는 기업이 검색에 활용하지 않을 리도 없거니와 네이버는 원래가 웹 검색 사이트다. 되돌아보라. 웹툰 대사는 생각나는데 그게 몇 화쯤인지 알 수 없어 꼬박 정주행을 반복하던 나날을. 상상해보라. 웹툰 회차별 대사 전후 맥락 검색! 접근성 확대란 화두는 이렇듯 모두를 위한 것이리라.

만화 오덕은 물론 근현대사 역사 속 갖가지 소재들을 찾아다니던 이들에게까지 큰 도움을 주었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의 웹툰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배리어 프리 웹툰의 시작점을 덕질로 사는 이로서 격하게 응원하는 바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찍이 웹툰을 아카이브하겠다고 나선 공적 기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OCR과 검색의 필요성만이라도 인식하고 먼저 접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깥에서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들 해야 할 이유와 시도가 가져올 결과를 모른다면 소용없다. 일찍이 웹툰 데이터베이스와 OCR의 필요성을 해당 기관에 역설해 온 입장에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속이 탄다.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관련기사
[덕질 인생] 인스타툰, 만화의 저변을 넓히다 요즘 나는 아내와 함께 연재 중인 육아 매체 주간 연재와 별개로 인스타그램에도 만화를 그려 올리고 있다. 속칭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는 요즘 신문들에도 별로 없는 4컷 시사만화 <알파카 씨>고, 또 다른 하나는 아직 2년 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매체 연재분과 달리 가장 최근의 육아 이야기를 한 칸에 압축해 담은 만화 메모 <봄이 만화>다. 계정을 분리해 올리고 있는 이들 만화는 언젠가 쓰일 날을 위해 비축해 놓은 원안들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숨구멍이기도 하다.재밌는 건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덕질 인생] '윤석열차' 시비 유감 8년 전 부천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 한 전시에서 공동으로 큐레이터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몇 개월 지난 시기기도 했다. 여러 연유로 만화가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배제되거나 아픔을 겪은 이들을 어찌 담아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시의 주 화두가 되었고, 나는 그 가운데에서 나라의 역사와 같은 시기의 만화사를 함께 나열함으로써 관람자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사고는 전시가 끝나고 터졌다. 전시 내용을 글로 풀어내 도록에 싣게 되었는데, 느닷없이 내 글이 문제가 됐다. 표 [덕질 인생] 성큼 현실로 들어온 AI 창작,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아내와 함께 한 육아매체에 연재 중인 만화의 콘티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매주 마감 직전이면 속으로 “아 적당한 수준으로 그린 콘티만 넣으면 완성본이 짠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까?”를 되뇌이곤 한다. 그런 내 시야에 '미드저니'가 일으킨 화제가 닿았다.미드저니는 디스코드라는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 싶은 장면을 설명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해석해 화상으로 구현하는 AI 페인팅 프로그램이다. 문장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AI가 산출한다는 점 자체로는 달리 등의 선행주자가 있다. 그럼에도 미드저니가 그림 [덕질 인생] 덕질도 알아야 면장한다 올 광복절에 유난히 재미난(?) 풍경이라고 하면, 일본의 K-POP 덕후들이 자기들 스타들이 내건 태극기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연예인들이 이름 옆 프로필 사진에 태극기를 달자 일본인 팬들은 “너희에겐 독립기념일이지만 우리에겐 종전기념일인데 굳이 태극기를 들고 오는 게 기분 나쁘다” “정치와 나라를 엮지 마라”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유난한 말들만 골라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이를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일본인들 태반이 자국의 역사 관련해서만큼은 매우 무지하고 별 [덕질 인생] 웹툰·웹 소설, 분량 줄여 작가를 살려라 지난 7월25일,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만화 작화를 맡고 있던 장성락 작가의 부고가 떠 업계인들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글로벌 조회수 142억 회에 일본 픽코마 2019년 올해의 웹툰 등을 기록한 인기 웹툰의 작가가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급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웹툰과 웹소설 등 비실사 기반 시각문화 창작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게 남 일일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창작자들에게 손 [덕질 인생] '슬램덩크', 시대 마스터피스의 완성 <슬램덩크>가 원작자인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손으로 다시금 애니메이션으로, 심지어 극장용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 건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불현듯 '나의 추억을 지켜줘'라는 심정이 들기도 했다. 강백호나 서태웅이 아닌 포인트 가드 송태섭을 중심으로 삼았다는 점도 걱정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다른 무엇도 아니고 <슬램덩크> 아닌가. 덕은 이미 가고 있다.결론적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세간의 숱한 우려를 힘으로 때려눕히는 작품이다. 작품은 원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