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네이버 웹툰은 '2022년 널리 세미나'를 통해 '배리어 프리 웹툰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배리어 프리 웹툰이란 문자 그대로 '진입 장벽'을 없앤 웹툰이란 뜻으로, 시각 장애인들을 비롯해 그간 시각 매체인 웹툰에 접근하기 어려워했던 이들에게 웹툰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다.
웹에서 이미지를 시각 장애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대체 텍스트'라는 것이 쓰인다. 대체 텍스트란 웹에 이미지를 올릴 때 해당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달아놓는 것으로, 시각 장애인들은 설명 부분에 해당하는 글자를 기계음으로 합성(TTS)한 '소리'로 듣게 된다.
배리어 프리 웹툰은 이와 같은 대체 텍스트를 내러티브의 흐름을 지닌 채 칸 내지는 구역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이미지 파일 묶음인 웹툰 속에서 추출해 정렬함으로써 작가가 지정한 순서대로 음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기능의 골자다. 사람이 하면 간단해 보이는 것이어도 막상 기술로 구현하는 데에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들어간다. 단지 문자만 OCR(광학문자인식기능)로 판독한다면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순서를 파악해 정렬하는 과정은 만화의 연출법을 생각하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네이버 웹툰은 이를 AI로 구현하겠다는 모양이다.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일단 18만 회차 분량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자사 웹툰에 한정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기술의 목적이 비단 시각 장애인만을 위한 대체 텍스트 제공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미지로 합쳐져 있는 문자를 음성화 등을 위한 형태로 떼어낸다는 건 다시 말해 데이터베이스화를 진행한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시각장애인만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검색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데이터베이스를 쥐고 있는 기업이 검색에 활용하지 않을 리도 없거니와 네이버는 원래가 웹 검색 사이트다. 되돌아보라. 웹툰 대사는 생각나는데 그게 몇 화쯤인지 알 수 없어 꼬박 정주행을 반복하던 나날을. 상상해보라. 웹툰 회차별 대사 전후 맥락 검색! 접근성 확대란 화두는 이렇듯 모두를 위한 것이리라.
만화 오덕은 물론 근현대사 역사 속 갖가지 소재들을 찾아다니던 이들에게까지 큰 도움을 주었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의 웹툰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배리어 프리 웹툰의 시작점을 덕질로 사는 이로서 격하게 응원하는 바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찍이 웹툰을 아카이브하겠다고 나선 공적 기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OCR과 검색의 필요성만이라도 인식하고 먼저 접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깥에서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들 해야 할 이유와 시도가 가져올 결과를 모른다면 소용없다. 일찍이 웹툰 데이터베이스와 OCR의 필요성을 해당 기관에 역설해 온 입장에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속이 탄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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