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아래 초고압선 NO'…단지·도로마다 현수막

지난 주말 배곧주민 광장 모여
한전 초고압선 건설 철회 촉구
이후 촛불집회 계획도 내비쳐
▲ 13일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길가에 한전의 초고압선 전력구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13일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길가에 한전의 초고압선 전력구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배곧 주민 생명 위협하는 초고압선. 한전은 즉각 철회하라!”

13일 오전 10시 경기 시흥시 배곧생명공원 인근 배곧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와 도로 등에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초고압선 전력구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서자 아파트 베란다에도 반대 현수막을 내건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배곧신도시 주민이 “절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초고압선 전력구는 신시흥변전소와 신송도변전소를 잇는 것으로, 전력구 중 3개 구간이 이곳 배곧신도시 땅 밑을 지나게 된다.

배곧 주민들은 '생명권'과 '건강권'을 외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지난 주말인 10∼11일에는 한전 초고압선 비상대책위원회 등 단체와 주민들이 아비뉴프랑 시계탑 광장에 모여 한전의 건설 계획 철회를 외쳤다.

▲ 13일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앞에 한전의 초고압선 전력구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13일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앞에 한전의 초고압선 전력구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주민들의 목소리로 뜨겁게 달궈졌던 시계탑 광장은 이날 오전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광장 주변에 걸린 여러 개의 현수막들은 집회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주민들은 향후 촛불 집회 등을 통해 계속해서 '내 집 아래를 지나는 초고압선' 설치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배곧신도시 넘어 육안으로 보이는 인천 송도의 사정이다. 바이오·반도체·데이터 등 첨단산업이 집약한 송도는 향후 관련 산업 공장 및 시설의 신·증설이 줄지어 예정되어있다. 그러나 이들 중엔 전기 공급 불가 통보를 받은 곳이 있어 전력난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신송도변전소가 이러한 송도국제도시 전력난의 핵심적인 해소책으로 꼽힌다.

한전은 오는 2028년까지 신송도변전소를 준공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당초 예정했던 2023년 준공에서 약 6년이나 미뤄진 데다 현재 전력구 건설을 위한 핵심지역인 시흥과 시와의 행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어 준공 사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앞서 시흥시가 한전이 접수한 도로 점용 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가'하자 한전은 해당 처분의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15일 선고가 예정돼있다.

한편 최근 인천과 시흥은 전력문제 해결에 더해 또 다른 교집합 현안인 '배곧대교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면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직접 시흥시를 찾아 한전 지중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시흥시의 협조를 요청함과 동시에 배곧대교 건설에 '동의' 의견을 표했다. 배곧대교는 송도국제도시와 배곧신도시를 잇는 교량으로, 지난 2014년부터 건립이 추진됐지만 람사르 습지 훼손 등을 이유로 인천 환경단체 등이 건설을 반대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시흥시는 인천경제청에 배곧대교 논의를, 인천경제청은 시흥시에 지중송전선로 건설 관련 논의를 각각 요구하면서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배곧대교에 대해서는 인천시와 시흥시의 문제가 아닌 환경부의 권한”이라며 “김 청장의 그간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으로밖에 안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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