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여주시 주민 피해 인지 헬기 훈련 중단
사령관 “책임 통감”…타 지역도 해법 모색 지시

경기도, 안전 시스템 재점검…협력협 안건 상정
'유명무실'했던 SOFA·LPP 규정 제대로 실행돼야
▲ 12일 주한미군이 여주 남한강 일대에서 실시한 비행훈련을 전면 금지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시멘트 담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와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주택가 위로 미군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주한미군이 최근 벌어진 경기지역 훈련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 측은 훈련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도 했는데, 매우 이례적이다. 경기도는 인천일보가 보도한 과거 한·미 양국의 제도적 허점 등을 개선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봤다.

<인천일보 10월24일자 6면, 11월 28·29일, 12월 5·7일자 1면 미군 훈련 피해 연속 보도>

 

▲미8군, ‘예고 없는 훈련’ 중단

12일 여주시에 따르면 최근 시는 주한 미8군 사령부로부터 점동면·강천면 등 남한강 일대 비행구역에서 헬기 훈련을 중단하고, 피해 민원 해결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의견을 전달받았다. 실제 현재까지 지역 내 훈련은 이뤄지지 않는 중이다. 또 유선으로 전해진 의견은 향후 훈련 시 군부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일정과 개요 등을 사전 통보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도가 파악한 결과, 미8군은 다른 지역(평택·의정부·동두천 등)의 피해도 미군과 한·미 협의 통로를 거쳐 해법을 찾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안전 시스템 재점검 나서

도는 미8군의 움직임에 맞춰 장기간 난제였던 미군 헬기·장갑차 등 훈련 안전 시스템을 다시 점검할 예정이다. 도-미군 협의체인 한·미 협력협의회에 관련 사항을 주요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기로 했다. 공조체계 확장 방안으로 관계 시·군에 전문적인 인력·기능 배치도 권고할 계획이다.

미군의 훈련 피해를 예방하려면 크게 세 가지 개선점이 분석된다.

우선 '소파'로 불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Statue of Forces Agreement)이다. 2003년 5월 한·미 양국 소파 합동위원회는 중학교 2학년 신효순·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비극에 '훈련안전조치 합의서'를 마련했다. 이에 미군은 훈련 관련 사항을 실시 2주 전까지 한국군에 통보하도록 규정됐다. 미군이 한국군과 경기도청, 경찰 등에 훈련일정 등을 전달하는 체계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인천일보 취재에서 확인됐다.

두 번째론 2002년 8월 체결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Land Partnership Plan)' 내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미군이 작전지역 책임부대로 훈련요청문서를 접수하면, 책임부대는 그 문서를 갖고 지자체와 논의하게 한다. 미군은 책임부대에 훈련기한·위치·인원수 등을 적어도 8주 전 통지하고, 지자체장이 훈련을 불승인하면 국방부와 협의해야 한다.

여태 미군 훈련 피해와 관련한 대책은 소파만 많이 알려졌는데, 인천일보는 별도로 또 다른 대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미군이 여주지역 책임부대에 훈련을 요청한 1년 단위 건수가 드물거나 아예 없었다. 마지막으로, 훈련 피해를 다루는 공식기구인 소파 분과위원회에서 조차 제대로 해결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데다 절차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제도적 맹점을 보도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미8군이 대책에 나서면서 끊이지 않던 여주지역의 피해 민원이 요즘엔 없다”며 “미군 측이 주민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협력을 약속한 만큼, 도 차원에서 긴밀한 소통과 관계 증진에 더욱 힘쓰겠다. 전 지역에 안전 시스템이 도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군과 달리 오히려 국방부와 외교부 등 한국 정부가 해결에 나서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는 먼저 정부의 관심이 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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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훈련 '방패막' 소파협정 최근 여주시 '주한미군 헬기 훈련 피해'와 유사한 사례가 경기지역에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뚜렷하게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전, 여중생 2명이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보완이 된 SOFA 한·미 합의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어서다.<인천일보 2022년 11월 27일 1면 '[단독] 道 넘은 미군 헬기 훈련' 등>2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4일 외교부를 거쳐 6일 국방부에 연락, 여주시에서 제기된 미8군 헬기 훈련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단독] 道 넘은 미군 헬기 훈련 여주시 점동면 도리와 강천면 강천리 일대에서 주한미군이 한미 양국 군사 합의에 있는 규정을 어긴 채 헬기 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실시되는 비행훈련 때문에 극심한 소음피해 등을 겪어야 했다.<인천일보 10월 24일 6면 '미군헬기, 여주시 마을 '저공비행 5년째'…이유도 몰라'>27일 경기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도는 최근 국방부, 외교부 등과 접촉해 여주지역 미8군 헬기 훈련에 대한 사전협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헬기가 예고도 없이 마을 상공을 비행하면서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상) ‘故 효순·미선’ 앞에 내놓은 안전 대책이 사라졌다 2002년 6월13일,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했다. 중학교 2학년 15세 신효순·심미선 양이 훈련 중이던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을 거뒀다. 친구 생일잔치를 가던 길이었다. 꽃다운 청춘의 희생은 우리 사회가 미군 훈련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됐고, 그 결과 '소파'로 불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Statue of Forces Agreement) 일부가 고쳐졌다.▶관련기사: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상) 미2사단 이전에 꼬인 SOFA…사실상 무력화20년이 지났다. 그런데 당시 한·미 양국이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상) 미2사단 이전에 꼬인 SOFA…사실상 무력화 20년 전 '효순이·미선이'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주한미군 훈련 안전대책이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확인됐다.상황에 맞춰 전면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4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양국이 참여한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OFA·Statue of Forces Agreemen) 합동위원회는 2002년 12월부터 2003년 5월까지 5개월간 주한미군 훈련과 관련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그 뒤 약 8가지 방안이 담긴 'SOFA 운영개선 합의사항'이 수립됐다.위원회가 합의 자료에 명시한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하) 김종귀 변호사 “20년 된 규정…현실에 맞게 보완·개정해야”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tatue of Forces Agreement)를 통해 만든 한·미 간 훈련 안전조치 합의가 거의 20년 전에 서명된 것이잖아요. 그럼 당연히 여건 등이 변화한 현재에 맞게 다시 보완하고 개정해야 합니다.”김종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6일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후 주한미군이 훈련 사항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규정한 훈련 안전조치 합의서에 대해 “사건에 초점을 맞춘 합의였다. 사실 그걸 계기로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생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바뀌었어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설] 미군 훈련안전 규정 제대로 지켜지기를 주한미군이 헬기 등 군사훈련으로 인한 경기도민의 피해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미8군 사령관이 최근 직접 나서서 예고 없는 헬기 훈련 출격으로 소음·진동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인천일보는 여주시, 평택시, 동두천시 시민들의 고통을 연속으로 보도하고, 사설로도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군은 현재 여주시 강천면 일대 헬기 훈련을 중단한 상태다. 앞으로 훈련을 재개할 시 지방자치단체에 일정과 개요를 알려주기로 약속했다.2002년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체에 중학생인 신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