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만든 전기, 서울·경기가 '쪽쪽'

2019년 기준 전력자립도 무려 247%
6만53GWh 중 3만5772GWh 타 지역행
송도는 공급 '줄타기'…산업 육성 '발목'
"소비·위험 부담 지역 따로…정의 문제"
과잉 생산 원인 환경 피해 감당하기도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전력 공급 비상이다. '2022년에 어떻게 이런 일이'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사실이다. 송도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 곳 상당수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전력 공급을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아파트와 병원 등 생활 밀착형 시설은 겨우 전력 공급을 약속받았다. 송도가 아슬아슬 전력 공급에 줄타기하는 모양새다. 인천은 전력을 생산하는 곳이다. 전력자립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인천에서 생산되는 그 많은 전력은 '인천'이 아닌 서울과 경기를 위해서다. 전력 생산 도시에 전력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인천은 전력 생산에 따른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인천일보DB
▲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인천일보DB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전력 공급에 발목이 잡혔다.

송도는 인천의 신성장 동력인 반도체와 바이오 등을 집중 육성, 양성하는 곳으로 세계 속의 인천을 지향하는 곳이다.

하지만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인천 수출의 양대 산맥인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하루가 급변하는 세계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인천 전력난은 왜 발생할까. '인천은 전력을 생산하는 곳'이란 사실에 답을 찾기 수월치 않다. 그 많은 인천 생산 전력은 다 어디로 갈까.

 

▲ 인천에는 대형 발전소가 5곳 있다. 대표적 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 1∼6호기를 비롯해 서인천발전소, 신인천발전소, 인천발전소, 포스코에너지 인천발전소 등이다. 인천 전력자립도는 240%가 넘지만 인천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은 요원하다. 특히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전력 비상 상태다. /사진제공=인천일보 DB·인천발전소·포스코에너지 인천발전소
▲ 인천에는 대형 발전소가 5곳 있다. 대표적 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 1∼6호기를 비롯해 서인천발전소, 신인천발전소, 인천발전소, 포스코에너지 인천발전소 등이다. 인천 전력자립도는 240%가 넘지만 인천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은 요원하다. 특히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전력 비상 상태다. /자료제공·제작=인천일보 DB, 인천발전소, 포스코에너지 인천발전소·이연선 기자

▲남 좋은 일만 하는 인천

인천 전력자립도(지역 전력생산량을 전력 소비량으로 나눈 수치)는 247%에 이른다. 전력자립도가 100%이면 지역에서 소비되는 전력이 지역 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같다는 의미로, 인천은 생산 전력보다 소비 전력이 2배 이상 많다.

지난 2020년, 인천의 높은 전력자립도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부평갑)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력자립도 중 인천은 247%, 충남 235%이다. '지자체별 전력생산·소비 현황'에는 대전 1.78%, 서울 3.92%에 불과하다. 인천의 전력자립도가 대전의 무려 138배에 이른다. 100% 이상의 전력자급률을 보인 인천, 충남, 부산, 경북, 강원, 전남, 경남에서 전력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다른 지역에 보냈다.

대전에서는 불과 168GWh밖에 전력을 생산하지 않았지만 9416GWh의 전력을 써 다른 지역에서 9248GWh를 공급받았고, 서울 발전량은 1847GWh이지만 소비량은 4만7167GWh에 달해 4만5320GWh의 전력을 인천 등에서 끌어다 썼다.

전국 최대 전력 소비량을 보인 경기도의 전력자립도는 60.1%로 17개 지자체 중 7번째로 낮은 비율을 보였지만 소비량은 12만3026GWh로 집계됐다. 인천은 6만53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2만4281GWh의 전력만 지역에서 소비한다. 무려 3만5772GWh의 전력을 타 지역에 퍼줬다. 서울과 경기의 전력 수요는 국내 수요의 32.7%나 차지하지만, 지역 내 생산은 13.5%에 그쳤다.

이 의원은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이 따로 있고, 석탄발전이 내뿜는 미세먼지와 원자력발전 위험을 부담하는 지자체가 따로 있는 상황”이라며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은 결국 환경과 에너지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전력 생산이 곧 지역 전력 소비와 연결되진 않는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전력 비상만으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송도는 물론 인천 남부권의 안정적 전력 공급의 핵심은 '신송도변전소'이다. 인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장치지만,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전력 지중화 논란 해결이 어려워 멈춰 있다. 배곧에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기에 인천은 한전과 배곧의 다툼에 갈팡질팡 중이다.

 

▲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전경./인천일보DB
▲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전경./인천일보DB

▲피해는 고스란히 300만 시민이 짊어져

“수도권 전력 생산 지역인 인천시가 미세먼지 배출, 온실가스 발생, 고압 송전 선로의 전자파 피해 등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떠안고 있다.”

지난 제8대 인천시의회에서 한 시의원이 강하게 성토했다. 인천의 높은 전력자립도의 유·무형적 피해는 고스란히 300만 인천시민이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인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곳은 늘 옹진군 영흥화력이다. 영흥화력은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 중이다.

영흥화력 운영사인 한국남동발전은 “영흥화력은 수도권 전력 공급의 20%를 담당한다. 수도권 유일의 대용량 유연탄발전소로 총 5080kWh 용량의 발전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국남동발전은 2004년 총 1600kWh 규모의 1·2호기를 가동한 뒤 2008년 3·4호기(1740kWh)와 2014년 5·6호기(1740kWh)도 차례로 운영했다. 7·8호기 건설이 계획됐지만, 환경 파괴 등의 논란으로 무산됐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이달 말 고시 예정인 제10차 계획에는 인천이 요구하는 영흥화력 1·2호기 2030년 조기 폐쇄에서 후퇴한 2034년 폐쇄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영흥화력 1·2호기는 유연탄이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한다.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LNG 발전소 역시 쓸모없는 자산이다. LNG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이다.

인천의 전력 과잉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등 환경 피해는 인천시민 몫이다.

2018년 기준 인천시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2.47톤CO2eq로, 특·광역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2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특히 영흥화력은 인천의 온실가스 45%를 배출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민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평균 1인당 19.31톤CO2eq보다 3.16톤CO2eq 높은 수치로 특·광역시 중 가장 많다.

/이주영·정혜리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인천 '외부불경제' 교부세로 정산해야”

인천연, 초과 발전 원인 피해 보상 필요성 지적

▲ 인천발전본부 전경./자료제공=한국중부발전
▲ 인천발전본부 전경./자료제공=한국중부발전

초과전력 생산, 혐오시설 운영 등 타 수도권 지역을 위한 인천의 기여를 인정하고, 보상 차원에서 교부세를 활용한 정산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12일 인천연구원의 '전력 초과생산 보정수요 반영을 위한 보통교부세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의 전력생산 규모는 시 수요액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로, 초과전력의 대부분 수도권의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한 것이다. 또 이러한 초과전력 생산, 화력발전 생산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의 과다 발생을 겪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외부불경제'를 감수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 결과 발전소 입지, 전력 초과 생산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을 보통교부세 기준재정수요액에 산입해 전력 초과 생산으로 인한 미세먼지에 대해 보통교부세로 보상하는 장치를 구축했다.

연구보고서는 “인천시는 세입 내 지방교부세의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면서 교통·발전수요 등 시가 다른 지역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이 많은 편”이라며 “인천은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을 설치하고 있고, 수도권 대표적 전력 생산지이며 대규모 수소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등 수도권에 입지시켜야 할 각종 기피시설을 수용하고 있다. 이 경우 지자체 간 외부불경제에 대한 보상 차원의 교부세를 활용한 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약 1417만3240㎾ 규모(2021년 기준)로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영흥·인천화력, 서인천·신인천·인천복합화력을 비롯해 덕적도, 백령도, 대청도 등 9곳의 내연 발전소가 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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