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청춘' 60년 한국화 외길

인천 연정갤러리서 연말까지 개인전
한국화 발전 일념·79년 일수회 창립
전자펜 연습 등 91세에도 노력 지속
“후대에 계속 잇길…예술 발전해야”
▲ 인천일보와 인터뷰 하는 이삼영 화백.
▲ 인천일보와 인터뷰 하는 이삼영 화백.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은 형상을 이룬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틀린 이야기도 아니지만, 단순히 대상을 형상화하는 구획선으로서의 제한적인 역할에서 확장해 선 그 자체로 형상을 지니고 색채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60년이 넘도록 한국화의 길을 걸어온 이삼영 화가의 그림은 선에서부터 시작해 선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 마치 선들의 변주곡과 같다. 거침없는 운필에서 나타나는 생동감과 짙은 감성, 감각적인 색채기법을 선보이는 독자적인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연정갤러리에서 연말까지 '제12회 한국화 개인전'을 갖는 소한 이삼영 화백을 만나 그의 일대기를 들어봤다.

 

▲우리나라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화백은 원래 수의사가 되기 위해 서울 농업고등학교 수의 축산과에서 공부했다. 해부학 시간에 늘 동물들을 그리면서 자신의 뛰어난 그림 실력을 확인하고 화가의 꿈을 홀로 키웠다.

“6·25전쟁 때 학병으로 참전한 4년 반의 군 복무 기간에 서울 종로의 고서점을 뒤지다가 발견한 '소묘 기법'이란 책 한 권으로 독학하고 틈틈이 그림을 그렸었죠.”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재학 시절에 서양화를 배웠다. 그가 한국화를 시작한 이유는 우리나라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서였다. 1979년에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되고 현재 유일한 한국화단체 '일수회'를 만들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외국에 나가 전시하는 일이 비교적 쉬워지고 우리 전통 미술을 서양 사람들이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점차 동서양 미술의 맥이 점차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는 듯해요. 우리도 전통 미술을 육성하고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알려야 해요.”

그는 물밀듯이 들어오는 서양의 물결로부터 전통 미술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릴 때 서양 미술을 먼저 가르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것은 뒤떨어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이처럼 교육정책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육성하는 정책이 많이 이뤄져야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 수 있어요.”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한국화 발전 이뤄야

이 화백은 한국화의 구체적인 개념과 어떻게 그려야 한다는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며 한국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창작이란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전통, 풍습, 정서, 표현 재료, 작가의 개성에 의한 표현 형식이 만들어질 때까지 평생 작업해야 하고 후세에 평가받아야만 해요.”

그는 전통적인 동양화에 바탕을 두지만, 고전적 기법과 장르에서 탈피해 전통과 현대가 융합하고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기법을 구축했다.

올해로 91살의 고령이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아직 청춘이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는 전자 시대인만큼 저도 요즘에는 전자펜을 이용해 핸드폰에서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현대과학적인 물리 도구를 활용해 동양적인 것을 연구하고 후대가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생각해요. 예술은 끊임없이 발전해야만 해요.”

/글·사진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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