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건물 9개동으로 번져
업주 “탄 목재만 10억” 한숨
샌드위치패널·건물 밀집 등
피해 키워…재발방지책 시급
“다 타버린 목재만 10억원 상당이에요. 그을린 기계도 몇 개나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8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석남동 한 공장 밀집지역.
전날 저녁 큰불이 난 이곳에서 만난 목재업체 대표 임모씨는 착잡한 얼굴로 새카맣게 타버린 목재와 공장을 바라봤다. 바로 옆 건물이 화재로 전소되면서 임씨 건물 쪽으로 기울었고 불길은 순식간에 그의 건물로 옮겨붙었다. 실시간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임씨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불길을 잡기 위해 임씨에게 공장 내 목재들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임씨는 쏟아지는 물을 그대로 맞으며 불에 탄 목재들을 밖으로 꺼냈다고 한다.
임씨는 “공장은 2년 전 4억5000만원을 들여 지었는데 지금은 자잿값도, 인건비도 천정부지로 뛴 상황이라 얼마가 들지 모르겠다”며 “피해 보상은 받을 수나 있는지,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날 석남동 공장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7시16분쯤 석남동 모 인쇄공장에서 시작된 불길이 인근 건물로 옮겨붙으며 모두 10개 동이 불에 탔다.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에 큰불은 잡혔지만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어 이날 오후에도 진화 작업이 실시됐다.
소방당국은 이 지역 공장들이 대부분 인화성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고 건물 간 간격도 매우 좁아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샌드위치 패널 소재로 쓰이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은 연소점이 낮아 작은 불씨에도 불이 잘 붙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불씨가 튀지 않더라도 복사열로 화재가 발생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두고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한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제조업으로 분류된 공장은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 설비 등 기본적 수준만 요구될 가능성도 크다”라며 “이는 건축법과 소방법을 모두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건물 간 이격 거리가 좁은 공장 밀집지역에선 콘크리트 등 불에 잘 견디는 내화 구조체를 중간에 설치하는 것도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글·사진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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