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의 지구촌./인천일보DB

제15회 아시안게임은 2006년 12월1일 카타르의 도하에서 개막되었다.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유치위 임직원들과 함께 카타르에서 10여일간의 유치 활동을 벌였다. 아시안게임 개막과 함께 OCA(아시아 올림픽평의회) 총회도 열렸는데 수많은 IOC 위원들과 전세계 체육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여서 향후 국제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인천을 위시하여 기라성 같은 도시들의 제안 설명이나 준비 과정 보고가 진행되었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희망도시인 러시아의 소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한국의 평창 등이 프레젠테이션에 열을 올렸다.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 2012년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준비 상황을 상세히 보고 했고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 경쟁 도시인 인도의 뉴델리와 인천까지 무려 8개 도시가 열과 성을 다하는 프레젠테이션 올림픽 같은 분위기였다. 모든 도시들이 남성을 제안 설명자로 내세웠지만 인천은 이현정(서울사무소장)씨가 나가서 끝까지 겸손하게 그러나 시종일관 자신 있게 제안 설명을 진행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저녁시간에 진행된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사막 나라에서 화려하며 다채롭게 준비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인도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회 보다는 유치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투표권을 가진 아시아 45개국의 체육회장이 묵는 호텔 로비에 임시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오가는 각국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 유치위원회가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던 오찬이나 만찬에 초대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 자문대사로 있던 심윤조 대사와 카타르 주재 김종용 대사는 대사관저에서 10여차례 오·만찬을 마련해 주었다.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카타르가 FIFA 월드컵을 유치하겠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지만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카타르를 여러 차례 가보고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본 필자는 긍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당시 FIFA 회장인 블라터가 축구라는 인류 최고의 스포츠를 사막에서도 즐길 수 있고 이 같은 큰 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면 월드컵을 사막 국가에서도 개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생각되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홍해에서의 진주 채취가 바닥나서 빈국으로 전락하던 카타르는 현재 세계적으로도 작은 국토와 인구 270만의 소국이지만 석유와 가스로 일인당 GDP는 10만 달러에 육박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준비해온 월드컵이 11월21일 개막된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스포츠를 통해 지구촌 가족으로 참여하려는 카타르인들의 열의에 머리가 숙여졌다. 바로 그곳에서 16강에 진출한 우리 선수단의 아름다운 모습도 자랑스럽게 보였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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