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대한민국 국민”…기지촌 여성들 애환 고스란히

기지촌여성 조은자씨 전재산 기부…지난해 개관
피해자·목소리 기억공간…공연·전시·교육 등 활동
김숙자씨 “내 인생이 남에게 감동 줄 줄 몰랐어요”
직접 연극 무대 올라…'여성 평화·인식 개선' 외침
▲ 사진전 '보통이름 숙자'에 소개된 사진.
▲ 사진전 '보통이름 숙자'에 소개된 사진.

시간이 머문 자리엔 역사, 문화, 자연, 사람이 남기고 간 삶의 흔적이 새겨졌다. 528㎞ 경기만을 따라 삶의 숨결을 불어넣었던 '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2020), 냉전의 시대, 경기도의 동서남북 하나를 이뤄냈던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2021). 경기에코뮤지엄의 담론을 형성해 온 인천일보와 경기문화재단이 이번엔 '사람'을 이야기한다. 천 년을 지켜온 1300만 경기인의 힘, '지붕 없는 박물관, 사람을 담다'가 우리네 진솔한 삶 속으로 안내한다.

 


 

“내 인생이 남에게 감동을 주는 줄 몰랐어요.” 기지촌 피해 여성 김숙자씨가 연극 공연을 마치고 한 말. 냉대와 멸시 속에 모진 세월을 견뎌왔던 기지촌 여성들이 편견의 벽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무대 위로 올라 세상을 향해 외쳤다. “저도 이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찾고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가는 경기에코뮤지엄 거점 공간 '햇살사회복지회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을 소개한다.

 

▲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공감, 소통, 위로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햇살사회복지회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이 있는 평택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아시아 최대의 미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기지촌은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하에 수많은 여성의 아픔과 회한이 서린 곳이다.

햇살사회복지회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은 젊은 시절 기지촌 클럽에서 지내며 민간외교관, 달러벌이 역군으로 칭송받았으나 노년에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사회의 차별과 가족의 외면을 받으며 살다 외롭게 떠난 여성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회를 향해 살아온 세월을 당당하게 증언했던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다양한 문화적 접근으로 오랜 시간 누적된 아픔과 갈등의 이슈를 문화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면서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소통을 끌어내고 있다. 또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문화 네트워크 기반 확충으로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지촌 여성의 삶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속적인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공동체 회복에 밑거름이 돼 온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은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권 회복을 위한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지난해 경기에코뮤지엄 인증제 파트너로 선정됐다.

 

▲ 연극 '그대 있는 곳까지' 공연 후 기념사진 촬영.
▲ 연극 '그대 있는 곳까지' 공연 후 기념사진 촬영.

▲무대 위에서 외친 '여성 평화'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에서는 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해 오고 있다. 신호탄이 된 2008년 '경기도기지촌여성노인의 실태조사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기점으로 기지촌 여성들의 애환을 담은 연극 '일곱집매', '숙자이야기', '문밖에서' 등을 통해 기지촌여성들의 주권 회복에 힘써 왔다. 특히 연극 활동에는 피해 여성들이 직접 배우로 나서 기지촌 여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인식개선활동에는 문화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2014에 열린 사진전 '보통이름, 숙자'와 2021년 경기도와 함께 연재한 웹툰 '명자'를 통해 기지촌 여성들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지난 2021년에는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기지촌 여성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들이 탄력받기 시작했다.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은 기지촌 피해 여성이었던 조은자씨가 기지촌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세워진 공간이다. 한국 해비타트의 도움을 얻어 고택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새롭게 탄생지어졌다. 박물관에서는 기지촌 여성들의 보금자리로 역할 하며 전시, 교육 등이 이뤄지고 있다.

▲ 연극 '일곱집매' 마지막 공연.
▲ 연극 '일곱집매' 마지막 공연.

 


 

'햇살사회복지회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

햇살사회복지회, 어떤 활동 하는지
인권 회복 앞장…물품·의료 등 지원

'기지촌여성 국가 배상' 판결났는데
감격스러웠지만 너무 늦었다 생각
관련 '조례·법안' 조속 마련 됐으면

 

▲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

Q1. '햇살사회복지회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이하 햇살사회복지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햇살사회복지회는 안정리에서 오랫동안 미군과 함께 지내던 여성들이 밝게 살아가실 수 있도록 노력을 해 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Q2. '햇살사회복지회'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요?

A.매주 화요일마다 정서 함양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고 기지촌 여성들의 여권 신장, 주권 회복을 위한 국가 상대 소송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또 기지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물품 지원 또는 의료 지원을 해 오고 있습니다.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개관 이후에는 소식지를 발간해 피해 여성들의 소식을 알리고 기지촌 여성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지난해 5월 대법원 앞에서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와 기지촌여성들이 미군위안부 국가배상 청구소송의 판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 지난해 5월 대법원 앞에서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와 기지촌여성들이 미군위안부 국가배상 청구소송의 판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Q3. 지난 9월 대법원에서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배상판결이 났는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A.1992년 윤금이 사건 이후 기지촌 여성인권에 관한 공론화를 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2012년엔 기지촌 여성인권연대를 발족했습니다. 여기에 2014년부터는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고 올해 9월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원심을 확정 지었습니다. 감격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늦게 판결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소송해 오는 동안 많은 기지촌 피해 여성들이 돌아가셨고 돈으로 이들의 고단했던 삶을 전부 보상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표류하고 있는 기지촌 피해 여성들에 관한 조례나 법안들이 조속히 마련됐으면 합니다.

 

▲ 연극 '숙자이야기' 스틸컷.
▲ 연극 '숙자이야기' 스틸컷.

Q4. 향후 햇살사회복지회의 계획이나 목표 또는 우리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는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피해 여성들이 더는 불편함이 없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지촌 피해 여성이었던 김숙자 할머니가 대법원 판결 직후 하신 한마디가 있습니다. “나도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처럼 우리 기지촌 여성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우리 할머니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공동기획=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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