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글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미군은 펄쩍 뛸 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일부 언론은 “굳건한 동맹을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지적하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군 헬기 훈련으로 시달리는 곳곳의 주민들은 이 같은 질문을 거듭 던지고 있다. 훈련 일정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이 엄연하건만 통보 사실이 거의 없고, 헬기 훈련에 따른 소음·진동 피해를 아무리 호소해도 논의 테이블에 의제로 올라갔는지조차 확인이 안 된다면, 한국인이 동맹의 '을' 아니냐는 주민의 주장에 훨씬 더 설득력이 실릴 수밖에 없다.

주거단지인 평택시 지제동과 동삭동 주민들은 캠프 험프리스 헬기 훈련으로 몇 년 째 시달리고 있다. 소음은 평균 70~85데시벨이어서 철도와 지하철 소음 수준이다. 대화가 어렵고 청력장애가 올 정도다. 또한 헬기가 뜨면 집안 전체가 울리는 진동 피해도 크다. 그러나 주민 8000명이 서명해 제출한 탄원서에 미군은 '정보가 불충분해 직접 연관성을 차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주민들의 호소가 귀찮고 성가시다는 어감이 감지된다. 한국 국방부는 훈련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다른 부처도 해결에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2002년 6월 양주에서 발생한 '미선이·효순이 사건' 이후 주한미군 훈련 및 차량 이동계획 사전 통보 절차가 마련됐으나,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도 훈련 시 지자체에 통보하고 불승인하면 국방부와 협의하도록 명시되었으나 이 역시 가볍게 무시되고 있다. 둘 다 명백한 법 규범이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법을 준수하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 지난 20년 동안 숱한 피해 민원이 제기되었어도,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분과위원회에서 다루어졌는지조차 국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상대 나라 국민의 작은 신음에도 반응해야 진정한 동맹이다. 경기도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1만 명도 넘는다. 결코 가벼이 여길 대목이 아니다. 한국 정부도 미군에게 법 준수를 촉구하고,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관련기사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하) 끊이지 않는 ‘미군 훈련피해’…SOFA에선 ‘과정 비공개’ 피해자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언제인지, 어디인지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주한미군의 헬기 훈련 때문이다. 단순 피해라 치부하기엔 지역 주민 일상이 '공포' 그 자체다.정부는 2002년 '효순이·미선이 참사' 이후 미군과 협력해 유사한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피해 주민들은 아무런 도움을 못 받고 있다.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tatue of Forces Agreement)를 통한 해결 성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관련기사 3면<[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하) 김종귀 변호사 “20년 된 규정…현실에 맞게 보완·개정해야”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tatue of Forces Agreement)를 통해 만든 한·미 간 훈련 안전조치 합의가 거의 20년 전에 서명된 것이잖아요. 그럼 당연히 여건 등이 변화한 현재에 맞게 다시 보완하고 개정해야 합니다.”김종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6일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후 주한미군이 훈련 사항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규정한 훈련 안전조치 합의서에 대해 “사건에 초점을 맞춘 합의였다. 사실 그걸 계기로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생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바뀌었어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상) ‘故 효순·미선’ 앞에 내놓은 안전 대책이 사라졌다 2002년 6월13일,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했다. 중학교 2학년 15세 신효순·심미선 양이 훈련 중이던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을 거뒀다. 친구 생일잔치를 가던 길이었다. 꽃다운 청춘의 희생은 우리 사회가 미군 훈련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됐고, 그 결과 '소파'로 불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Statue of Forces Agreement) 일부가 고쳐졌다.▶관련기사: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상) 미2사단 이전에 꼬인 SOFA…사실상 무력화20년이 지났다. 그런데 당시 한·미 양국이 [못다 핀 꽃, 그리고 잊힌 약속] (상) 미2사단 이전에 꼬인 SOFA…사실상 무력화 20년 전 '효순이·미선이'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주한미군 훈련 안전대책이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확인됐다.상황에 맞춰 전면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4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양국이 참여한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OFA·Statue of Forces Agreemen) 합동위원회는 2002년 12월부터 2003년 5월까지 5개월간 주한미군 훈련과 관련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그 뒤 약 8가지 방안이 담긴 'SOFA 운영개선 합의사항'이 수립됐다.위원회가 합의 자료에 명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