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고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파란 지붕에 하얀 벽돌로 지어진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지붕 위로 솟아 있는 깃발에는 '황해도평산소놀음굿 보존회(사진)'라고 쓰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평산소놀음굿 보유자 고 이선비(1934∼2019) 만신이 생전 머물렀던 곳이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선비 만신은 피난을 내려와 뱃길로 목포에 닿았다. 광주·보성·벌교·고흥 등지를 전전하다가 스물한 살 때 화수동에 정착했다. 당시 화수동에는 피난민이 많이 유입돼 주거지를 형성했다. 분단됐지만 얼마 안 있으면 고향에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북한과 가까운 곳에 터를 잡은 것이다.
이선비 만신은 1960년대 여자 무당인 만신들에게 내림굿과 소놀음굿을 배웠다. 작두 그네를 타면서 유명해진 그는 1992년 황해도평산소놀음굿 1대 보유자인 고 장보배에 이어 2대 보유자로 인정된 뒤 이 종목 전승과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황해도평산소놀음굿은 볏짚이나 가마니로 만든 소 모양 탈을 쓰고 춤·노래·대사를 하는 굿 놀이다. 풍년과 장사의 번창,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으로 오락성과 예술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선비 만신의 뒤를 이은 전수자들이 보존과 계승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희 황해도평산소놀음굿 보존회장은 “이선비 만신에게 화수동은 제2의 고향이었다”며 “그곳에 살면서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을뿐더러 약 50년을 그 마을과 함께했다. 만신님에게 화도진공원은 연습 장소였고, 쌍우물은 공동체 안녕과 번영을 비는 곳이었다. 그 마을은 주민과 무형문화재가 소통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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