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공원 등서 자취 감춰
보호요원 “무리로 숙박업소행”
시설, 음식·방한용품 지원도

주거 취약층 안전 보장도 절실
홀몸 어르신 등 고독사 우려도
전문가 “쪽방촌 모니터링 필요”
▲ 전국적으로 한파경보가 발효된 30일 오전 수원역 남측 광장에서 몸이 불편한 노숙인이 동료와 함께 좀 더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전국적으로 한파경보가 발효된 30일 오전 수원역 남측 광장에서 몸이 불편한 노숙인이 동료와 함께 좀 더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최저 기온은 영하 6도, 실제 피부로 느끼는 체감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30일 오후 3시 인천 부평구 동암역 굴다리.

칼바람이 온몸을 파고드는 강추위 탓인지 평소에는 흔히 보였던 노숙인들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노숙인들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과 중구 자유공원에서도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동인천역 인근에서 만난 아동보호 전담요원 A씨는 “한파가 오면 노숙인들이 지하상가 어딘가에서 추위를 피하거나 무리를 지어 값이 저렴한 고시원이나 여인숙 등 숙박업소를 잡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집이 없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주거 취약계층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인천쪽방상담소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노숙인은 501명이며 쪽방촌 거주자 등 주거 취약계층은 334세대로 집계됐다.

그러나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철 한파는 안정적 주거가 보장되지 않은 이들에게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는 지원시설 입소가 권장되고 있지만 단체 생활이 불편해 입소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이에 따라 일부 시설에서는 노숙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따뜻한 음식과 방한용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대의 은혜의집 사회복지팀 차장은 “노숙인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혹한기가 되면 동인천역과 인천나비공원 등에 나가 손난로와 겨울용 피복, 온열용품을 나눠준다”며 “당장 급한 불은 끄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노숙인들 자립을 위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쪽방촌 주민들 역시 한파에 무방비로 노출된 삶을 살고 있다.

홀로 지내는 고령 노인과 몸이 불편한 주민은 겨울철 외출이 극히 적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쪽방촌 거주자들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설치해 이들을 살피는 전담 직원을 두거나 주민들끼리 서로를 보살피는 주민 모니터링단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단절된 쪽방촌 주민들 간 유대감이 형성되면 추후 지자체가 나서지 않아도 서로를 살피는 모니터링 체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