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 생산 줄어들 때쯤…부품업계 내구성 금가기 시작

업계 고용환경 변화 알 수 있는
'차·트레일러 제조업' 살펴보니

1차 협력사 68% 지엠과 거래
5월 부평2공장 1교대 전환 후
4개월새 피보험자 329명 감소

경력직 순유입보다 유출 늘고
실업급여 신청행렬 이어지는데
기업 수 되레 늘어 '영세화 가속'
▲ 한국지엠
▲ 한국지엠 전경./인천일보DB

한국지엠이 생산 물량을 감축해서 일거리가 줄거나 혹은 일각에서 철수설을 제기할 때, 언론은 크게 세 계층 노동자에 집중한다.

첫 번째는 한국지엠 정규직 노동자다. 한국지엠 고용불안 이슈에서 가장 최전방에 서는 이들로, 노동조합을 통해 그나마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어 인천일보 11월25일자 <[한국지엠 부평2공장 폐쇄-담장 옆 파편들] ① 흩어진 파편, 주워 담는 그들의 이야기> 1·4면 이번 기획 1편에서 소개한 '파편 하나'처럼 한국지엠 공장에는 비정규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법원은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이 말을 적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비정규직들도 자신들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노조를 설립했다. 이와 상관없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 우선 해고 대상이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역시 지난 기획 '파편 둘', '파편 셋'과 같이 한국지엠 공장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있다. 사실, 그들은 미지의 영역에 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존재하는데 어떤 사람은 한국지엠과 거래하는 인천 자동차 부품사가 200여곳이라고 하고, 누구는 1000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지엠 납품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오는 혼란이다.

 


 

#파편 다섯

“인천에서 파워트레인 쪽 관련 부품사에 있었어요. 한국지엠에 주로 납품하던 데였죠. 여기다 세세히 밝히기는 조금 그렇고, 어쨌든 부평2공장 문을 닫는다고 하니 부평1·2공장 두 군데 모두 납품하던 회사 입장에선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당장은 아니어도 회사가 인력 감축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3달 전에 경기도 평택 업체로 이직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인력 감축 가능성도 한 부분이긴 해요. 그 덕분에 출퇴근만 3시간이네요.” 인천 연수구에 사는 김정모(가명)씨.

 

▲인천만 유독 부품사 인력 줄어, 감소 시점은 부평공장 생산 축소 즈음

인천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큰 부품 거래하는 1하청, 2하청만 숫자 세는 수준이 아니라 전기 배선이나 막말로 종이컵, 커피믹스 납품사까지 이것저것 따져보면 인천에서 한국지엠 공장 연관 경제가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한국지엠 이슈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 소속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밀접한 영향권에 놓였지만 규모, 실체가 분명하지 않으니까 대부분 사례 몇 개를 찾아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는 식의 접근에 머물고 있다. 코끼리 여기저기를 더듬어 '이게 코끼리가 맞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2교대로 돌아가던 게 1교대로 축소되고 아예 공장 문을 닫겠다고 한 2022년 한 해 동안 인천지역 자동차 부품사들 고용 환경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중심으로 분석을 해봤다.

산업분류 중분류인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은 소분류 '자동차제조업', '자동차 차체 및 트레일러 제조업', '자동차부품제조업'으로 구성되니까 종이컵, 커피믹스 납품사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볼 순 없어도 부품 부분만 놓고는 어느 정도 윤곽을 그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들은 2021년이 끝이라 고용노동부에 해당 업종 '지역별 월별 피보험자 내역'과 '경력직 이동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피보험자가 1만명 이상인, 그러니까 자동차 산업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춘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울산, 경기, 충남, 전북, 경북, 경남 가운데 올해 1월과 비교해 9월 피보험자가 준 곳은 인천과 경북뿐이다. 특히. 인천은 올해 6월까지 관련 인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였다가 여름 들고부터는 갑자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5월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 근무조를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긴 했었다.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에서 철수하기 넉 달 전인 2018년 1월만 하더라도 인천지역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피보험자는 2만457명이었다. 9월 현재에는, 1만6626명까지 쪼그라들었다. 4년 만에 19% 하락폭. 같은 기간 상위 분류인 '제조업' 인천지역 피보험자 수는 1%대 하락에 불과하니까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피보험자 감소세는 지역 연관 산업의 전반적 기조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2018년 내놓은 '인천지역 자동차부품 산업 현황, 구조적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선 “인천지역 완성차 회사의 1차 협력사는 총 56곳인데 38곳이 한국지엠과 거래한다”고 적고 있다. 인천 자동차 부품 산업의 기업 실적이 역내 완성차 회사의 실적에 과도하게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편 여섯

“인천 자동차 부품 산업 세부 업종별 구조는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기 어렵다고 기업들이 막 금방 문을 닫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어디든 그렇지만 거래처 물량 계획에 따라 인력 늘리거나 줄이는 거로 대처하죠.” 인천 남동구 모 자동차 부품사 대표 전민섭(가명)씨.

 

▲자동차 부품 경력직 놓고 지역 간 파워게임. 인천 힘 약해졌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경력직 중에서 인천 업체로 이직해 새 둥지를 튼 노동자는 2405명이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인천으로 온 경력자가 3358명이 넘었는데 1년 동안 28%(953명)가량 준 것이다. 그도 그럴 게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인천에서 다른 지역 사업체로 넘어간 경력직 숫자가 다른 지역 사업체에서 인천으로 넘어온 경력직 숫자보다 매달 더 많다.

인천 경력직 최대 흡수처는 근처에 있는 경기도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경기 사업체에서 인천으로 온 경력직은 377명인데 반해 인천에서 경기로 유출된 수는 498명이다. '자동차 도시'를 자처한 인천 위상만 놓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스코어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경력직 인천↔경기 이동에서 인천은 거의 매해 '플러스' 성적을 냈던 상황이었다. 2021년 진입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인력은 줄어도 기업 숫자는 늘었다. 업계엔 실업급여 행렬

인천에서 지난 2018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피보험자가 2만457명에서 1만6626명까지 대폭 감소하는 와중에도 해당 사업체 수는 같은 기간 460곳에서 466곳으로 오히려 늘었다.

가뜩이나 기업 영세화가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업종인데 시간이 갈수록 기업 숫자는 늘고 소속 노동자는 줄어들면서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회사에서 해고됐음을 의미하는 실업급여 부분을 살펴보면 인천 자동차 부품 업계 고용불안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인천지역 실업급여 수급자는 지난 1월 454명에서 10월 657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급 금액으로 따지면 1월 5억9884만원에서 10월 12억519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세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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