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요안 고양소방서장·행정학 박사.
▲ 정요안 고양소방서장·행정학 박사.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됐다. 축구는 어떻게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글로벌한 축제까지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1명의 선수들이 팀워크를 보여주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그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그 11명의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위하여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 감독과 코치, 그밖에 수 많은 스텝들이 있다. 선수들 역시 월드컵 기간 단 한순간을 위해 평생의 노력을 했으며 그 노력의 결과가 경기장에서 보여지는데 그러한 노력에도 팀마다 실력 차이가 있으며 상대방에게 점수를 허용하고 만다.

어쨌든 이 월드컵 우승과 탈락의 결과는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 스텝,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국가와 어쩌면 국민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결과이기에 스포츠는 그 국가의 전투력이라 하는 것이다.

소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소방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고 우리뿐 아닌 행정부를 비롯한 수 많은 기관이 함께 안전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관들만의 노력으로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화재예방이란 우리 곁에서 함께하는 국민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화마가 기승을 부린다. 일제 강점기부터 이미 화재 예방에 대한 캠페인을 해왔으며 매년 11월 한 달 동안 소방청을 비롯한 전국 소방관서에서 '불조심 강조의 달'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겨울철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포스터그리기, 글짓기, 표어 만들기 등 활동을 해왔을 것이며 내가 했던 캠페인을 이제는 나의 자녀 그리고 그들의 자녀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어릴 때 그렇게 매년 교육을 받고 캠페인을 했음에도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어른이 되었을 때는 화재 예방에 대한 개념도 사라지고 마치 불조심 강조의 달은 아이들의 학교 행사나 상을 받기 위한 활동 중 하나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불조심 포스터나 글짓기 역시 초등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행사지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입에 집중하고 화재예방과는 전혀 거리가 먼 존재가 되어 버린다.

세월이 흘러 정말 좋은 세상이 되었다. 시스템만 잘 갖추고 있다면 불이나도 금방스프링클러에 의해 진화되거나 119로 바로 신고가 되어 소방대원들이 5분만에 도착 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재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비싸고 첨단화된 시스템이나 장비가 아니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작은 관심과 콘센트 위의 먼지를 닦는 작은 행동 하나가 바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이고 국력이다.

한국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외양간을 고친 적이 있는가? 지금 나의 눈앞에, 발밑에 문어발처럼 콘센트가 꽂혀 있는지 확인해 보라. 나는 외양간을 고쳤는가?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에 대한 교육을 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보자.

현재 '불조심 강조의 달' 행사가 진행되는 11월 한 달 동안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 화재 위험요소를 찾아보는 활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정요안 고양소방서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