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되기 전부터 '사제동행'이라는 단어를 수천 번 넘게 들었는데, 실천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교사들도 가능하면, 수업이 빈 공강 시간에 동료 교사들과 함께 식사하길 원하는 세상이에요. 저 또한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의 점심 데이트를 소홀히 할 수는 없어서, 점심시간 전에 수업이 있으면 가능한 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합니다. '사제동행'은 말 그대로 스승과 제자가 같이 행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소소한 부분부터 실천을 하고 있는데, 그중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째, 수학수업이 블록타임으로 2시간 연강일 경우, 수업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 10분 동안 저만의 휴식을 위해 교무실로 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야만 아이들과 라포(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BTS(방탄소년단) 노래 틀어주세요?”
“선생님, 좀전에 수업하셨던 이 문제 풀이과정 좀 설명해주세요.”
주로 쉬는 시간 10분 동안, 아이들이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한 3곡 정도 들려줍니다. 아이들은 곧잘 가사를 리듬에 맞춰 따라 부르고, 일부 학생들은 동작까지도 맞춥니다.
참으로 신통방통한 일이에요. 음악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날려 줄 듯합니다. 이렇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맛난 주전부리를 나눠 먹기도 해요. 수업 시간에 몰랐던 부분을 다시 가르쳐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칠판에 판서하면서 알려 주기도 합니다.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이 교실에도 자리가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교과 선생님들이 별도의 교무실에서 휴식을 취하는데요. 학교폭력 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학교폭력 발생장소는 교실, 복도, 화장실, 특별실 등으로 되어 있어서 선생님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게 되면, 학생들의 장난, 오해, 갈등이 폭력을 변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답니다.
하루 수업 중 블록타임이 평균 1번 정도 있기 때문에 하루에 10분씩, 일주일에 총 50분을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내어 주고 있답니다. 아마 많은 선생님들도 동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둘째, 선생님들은 대부분 담당 구역 청소 지도를 하십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교무실과 학생 자치회실을 담당하여 청소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가 바쁘다 보니 임장 지도가 현실적으로 힘들지요. 그렇지만 손을 놓고 아이들에게만 청소를 고스란히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교무실을 청소하는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청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큰 소리로 “아이들이 교무실 청소 왔어요. 선생님들, 환기도 하고 청소할 테니 조금만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라고 바람잡이를 합니다. 그러면 효과가 있어요.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청소 담당 구역이 있으니 친절하게 움직이십니다.
저는 아이들이 교무실 청소를 좀 더 쉽게 하도록 배려하는 일을 합니다. 쓸거나 닦을 때 장애물이 없는지, 창문을 열고 환기는 시키는지, 쓰레기 분리 상태는 양호한지 등 말입니다.
사제동행을 하는 상황에서는 큰일이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을 늘 느끼게 됩니다. 교사의 시선이 잠깐이라도 멀어지면 아이들은 어떻게 알고 딴청을 피우거나, 그러다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최근, 학교안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안은 선생님들이 목격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데요.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옆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사제동행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귀감이 되며, 수업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청량제 역할을 합니다.
이 땅의 많은 선생님들이 사제동행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더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늘 행복감을 주었으면 합니다. 사랑이 배고픈 아이들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선생님, 사랑을 주세요. 제 눈을 봐 주세요”라고 귓가에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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