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아내와 함께 연재 중인 육아 매체 주간 연재와 별개로 인스타그램에도 만화를 그려 올리고 있다. 속칭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는 요즘 신문들에도 별로 없는 4컷 시사만화 <알파카 씨>고, 또 다른 하나는 아직 2년 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매체 연재분과 달리 가장 최근의 육아 이야기를 한 칸에 압축해 담은 만화 메모 <봄이 만화>다. 계정을 분리해 올리고 있는 이들 만화는 언젠가 쓰일 날을 위해 비축해 놓은 원안들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숨구멍이기도 하다.
재밌는 건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올려보면서 비로소 좀 더 내밀하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단 점이다. 칸을 연속시키고 대사라는 형태로 '말'을 내어놓을 수 있는 만화의 특성은 본래 사진을 올리는 소셜 네트워크인 인스타그램의 또 다른 쓰임새를 발명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부각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이 어디 가지 않아서, 마케팅 도구로서 만화를 활용하려는 사례나 유명해지고 광고로 돈을 벌고 싶다는 일념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딱히 그릇되었다고 할 이유도 없다.
사실 많은 경우는 목표와는 다른 현실의 한계 앞에 동력을 잃기 일쑤다. 팔로워(구독자)가 빨리 늘지 않아 실망해 금방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만화 업계에 들어오기 위함이 아니라도 '만화 언어' 즉 만화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각종 표현 수단과 장치들에 어느덧 몹시도 익숙해져 있는 상태로구나 하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만화라는 틀을 통해 한 차례 정제해서라도 남에게 꼭 그리고 잘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이 많았구나 하는 점만큼은 인스타툰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유튜브의 득세로 누구나 영상을 만들게 된 시대라곤 하지만, 인스타툰을 보면 만화야말로 '누구나 하고 있다'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나 싶을 정도다.
즉 그야말로 많은 이들이 만화를 그려 올리고 자기 독자를 만들고 있는 시대다. 이는 펜 도구를 지원하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널리 보급되면서 가능해진 풍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업 웹툰의 헤게모니가 영상화에 용이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재편된 이래 인스타그램이 개인의 일상 또는 속 깊은 곳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만화로 보여줄 수 있는 열린 창구로서의 위치를 운영사 본의와는 달리 확실히 점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인스타툰을 만드는 이들은 능숙하게든 어설프게든 만화로 말하려 하고 만화 언어의 특징을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려는 사람들이다. 프로를 지향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니어도 좋은 사람들도 많으며, 어쨌든 이들 모두가 만화를 갖고 논다. 그러니 인스타툰을 두고 어찌 가장 원초적이고 에너제틱한 만화 즐기기와 만화 덕질의 창구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 인스타툰이 만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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