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의 지구촌./인천일보DB

파리의 중심부 루브르 박물관과 오페라 극장 사이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필자가 조선일보의 프랑스 특파원을 두 번 13년간 역임하면서 가장 많이 출입했던 곳일 것이다. 파리에 단독으로 근무하는 것은 젊은 언론인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기도 했지만 하루 일정을 알차게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했다. 헛되게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후 2~3시간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립도서관에서 읽거나 쓰기를 결심한 것은 1969년 파리에 도착한 다음해 부터였다.

▶선친(汗翁 愼兌範 박사)께서는 오후 시간을 도서관에서 지낸다는 것을 아신 후 역사책을 읽어보고 가능하면 고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번역을 해보라는 간곡한 하서를 주셨다. 당신께서 번역하여 출판하신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가 나온 직후였다. 선친의 말씀에 따라 처음 펴본 것이 모루아의 프랑스사였고 이어서 영국사였다. 마지막으로 선친께서 번역·출판하신 미국사를 읽은 후 번역을 결심한 것은 1972년 말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라는 기간 동안 200자 원고지 1만500여매의 번역을 끝낼 수 있었다. 1981년 홍성사에서 어렵사리 출간된 앙드레 모루아의 역사서 3부작은 기린원으로 출판사가 바뀌었다가 2013년 김영사의 제의로 40여년만에 번역을 다시 손보아서 출간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루아의 영국사, 미국사, 프랑스사는 지난 40여년 동안 출판사가 세 번이나 바뀌는 과정에서도 역사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각 3만여부씩 모두 10만여 권이 판매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방대한 분량의 역사책을 번역하기로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출입하면서 언론인으로서 일생에 한 번도 힘든 세계적인 특종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1972년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해'였다. 도서관에서 알게 된 동양과의 세퀴르 여사가 1377년 고려 때 만들어진 <직지심경>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이 판명되어 유네스코 책 전시회에 출품예정이라는 귀뜸을 해주었다. 1972년 5월28일자 조선일보는 1면 전체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심경>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며 구텐베르크보다 75년 앞섰고 세계 각국의 교과서와 백과사전도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12년간 2억6000만 유로(3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보수를 끝내고 지난 9월 재개관했다. 16세기 초 국립도서관이 개관한 후 18세기 중엽에 건축된 국립도서관에는 유명 작가의 원고, 판화, 사진, 골동품, 악보, 지도, 메달, 동전 등 총 2200만점을 소장하고 있고 1570만권의 도서는 1988년에 개관한 미테랑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프랑스 특파원이던 필자에게 직지심경의 특종과 모루아 역사 3부작을 번역한 산실이 되었던 새로 단장한 국립도서관을 하루 빨리 찾아가 보았으면 한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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