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002년 연례보고서’에서 “9·11파장이 인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미국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럽은 9·11테러를 명분으로 안보조치를 강화하며 표현·집회의 자유와 공정한 비판을 할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이다. 21세기에도 힘없는 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전쟁과 인권유린 역사는 계속된다고 인권운동가들은 보고 있다.
 인권영화제조직위가 제7회 인천인권영화제 화두를 ‘일상속의 전쟁’으로 잡은 것도 세계평화, 인간의 보편적 가치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인권’은 무겁고 거창한 뉘앙스로 다가오지만, 영화적 재미가 듬뿍 담긴 영화만 골랐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치열하게 살고픈 당신을 오는 10∼15일 미추홀을 단풍처럼 빨갛게 물들일 인권의 축제에 초대하며 개·폐막작과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인권영화제에 출품한 모든 작품들의 소개는 홈페이지(www.inhuriff.org)에서도 볼 수 있다.
 ▲외교관(개막작)
 20세기 마지막 독립국가가 된 동티모르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장 호세 라모스 호르타에 대한 기록이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동티모르는 1975년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으로 다시 독립을 상실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총을 들었던 그는 자유를 위한 동티모르 민중들의 처절한 투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외교관으로 변모한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독립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으로 점철된 그의 기나긴 여정은 두 형제와 여동생을 포함한 동티모르인들의 죽음에 분노한 투쟁이었다. 그에게 동티모르의 독립은 평화를 위한 투쟁의 승리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2000년 하와이 국제 영화제 골든 말리상, 같은 해 호주 필름 인스티튜트 어워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다큐멘터리 감독상, 2001년 프라하 국제인권영화제 루돌프 브르바상 수상작. 10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예회관 야외공연장.
 ▲어부로 살고 싶다(폐막작)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다. 2000년 새만금 갯벌살리기가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를 때부터 공사강행발표 후 무효화 선언까지 계속돼 온 반대운동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후미진 해안 마을 주민들의 생존권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그렸다. 어부로 살고 싶어하는 이들과 그 존엄을 함께 주장하는 사람들이 관객들에게 함께 싸움을 하자고 손짓한다. 2001년작으로 이강길이 연출했다. 13일 오후 3시40분 소극장 가온누리, 15일 오후 8시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
 ▲먼지, 사북을 묻다
 폐막작을 놓고 ‘어부로 살고 싶다’와 경쟁한 작품으로 역시 다큐멘터리다. 광주항쟁 한달 전, 1980년 4월21일 강원도 정선의 외딴 탄광촌에서 사북의 광부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다. 그 후 20년, 이들의 세월을 찾아간다. 이미영이 연출했으며 2002년작이다. ☎761-0862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