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가스산업, 다양한 산업서 근간 형성
제품 특화보다 가격 경쟁 치우쳐 성장 더뎌
관련법 30년 전 제정…현실에 맞지 않아
정부·국회, 중대재해처벌법 전향적 자세를
가업 승계는 부 아닌 사회적 책임의 승계"
인천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사업을 일군 인천 토박이. 30년 넘게 가스 분야 강소기업 삼정가스공업㈜을 운영하는 심승일 한국고압가스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자신의 사업 업종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지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오랜 시간 지역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가스업계와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을 꿈꾸는 그를 만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인천토박이 경영인
“지나온 시절을 생각하면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빠르네요. 청춘이 영원한 듯 생각하며 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환갑을 넘겼어요. 34살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33년이 넘었으니까요.”
인천의 가스 전문 업체인 서해가스공업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적성에 맞는 영업 파트에서 탄탄히 경력을 쌓았다.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천 서구에서 삼정가스공업㈜를 창업, 고압가스 레이저와 특수혼합가스 등을 제조·충전해 전국 6000여개 기업체에 최고 품질의 산업 가스와 특수 가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인천 본사를 중심으로 포천과 화성 등 전국에 8개의 계열사와 2개의 영업소를 두고 있으며 160여명의 직원과 함께한다.
한국고압가스연합회 회장을 맡은 그는 고압가스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승일 부회장은 “고압가스산업은 산소, 질소, 아르곤 등 여러 가스 공급의 핵심 산업으로 뿌리 산업을 비롯해 수출의 효자종목인 반도체, 그리고 기계, 전자, 식품, 화학,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산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인식 미흡으로 발전이 지체된 측면이 있다”면서 “고압가스업계도 기술적인 노하우, 제품의 특화를 통한 경쟁력보다는 단순 가격 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산업 성장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 연합회에서 지속해서 관계기관에 건의해 지난 2020년 '고압가스안전협의회'를 구성,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발굴하는 등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고압가스산업은 안전이 핵심입니다. 현실에 맞는 법·규정이 만들어져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지요. 현행 산업용 가스업계에 적용되는 법·규정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당시와 환경이 완전히 변했는데 법·규정은 그대로다 보니 업체가 오히려 불법, 탈법에 내몰리게 됩니다.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규제는 산업 발전을 막고 안전도 위협하게 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재해 감소에 대한 실효성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들에 불안감만 양산하고 있죠.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자가 어떤 의무를 해야 벌을 면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는 중소기업을 불확실성으로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 위해 제 역할 다할 것
최근 중소기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업승계에 대해서는 장수기업으로 가는 '연결고리'라는 의견을 밝혔다.
“세계적인 강소기업은 장수기업에서 발생합니다. 일본은 100년 넘는 장수기업이 2만개가 넘고, 독일에서는 2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1800개에 달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100년 넘는 기업이 9개에 불과합니다.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은 가업 승계를 '부의 승계'로 보는 시각 때문이나,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재산의 승계는 부의 승계가 맞다고 할 수 있으나, 가업 승계는 사회적 책임의 승계입니다.”
“제 아들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영학을 졸업, 외국계 기업에서 5년간 근무하고 고려대학교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후 영업, 관리, 회계, 인사 등 각 분야를 섭렵하며 경험을 쌓고 2년 전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은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보다 쉬운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회사 일을 익히고 경영을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도 안정 속에서 발전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5대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중소기업회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맡은 그는 누구보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제17회 인천아시아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중소기업인들의 자발적인 경기 관람과 경기장 티켓 구매를 독려하고 인천아시안게임의 사회적 관심 조성에 기여했다.
또한 당시 출범하는 민선 6기 지자체 정책 반영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전통시장 중소기업단체 등과 주기적 정례모임을 추진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애로 해소를 위한 인천지역 핵심 10대 정책과제와 일반정책과제를 건의한 바 있다.
심 회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경영하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는 “인천 토박이로서 인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소중한 직원들과 함께 사업을 끌어가겠다”면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으로서 기업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하는 등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인천일보·중소기업연합회 인천지역본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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