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어 전통 서각 작업…“후진들에 전수할 것”

1991년 문 열어 기술로 두각
2003년 '경기으뜸이'로 지정
작고한 시아버지·남편 이어
이선희 대표·가족, 명맥 유지
난관 속 “이 자리 잘 버티고파”
▲ 2대째 예성예술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선희 대표./사진제공=예성예술원

“소통의 공간인 예성예술원에서 전통을 잘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은 빠르게 변화하는 제조 환경 속에서 장인정신을 갖고 한 분야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하고 있는 '백년소공인'에 예성예술원을 선정했다.

서각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예성예술원 이선희 대표는 “서각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각(書刻)은 글씨나 그림을 나무 등에 새기는 것을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삼국 시대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성시에 위치한 예성예술원은 1991년 문을 열었으며 우수한 서각 숙련 기술을 인정받아 2000년 안성명품 인증, 2003년 경기으뜸이(목판 부분) 지정 등 수많은 타이틀을 받아왔다.

이선희 대표는 지난 1997년 결혼 이후 시아버지, 남편과 함께 운영해온 예성예술원을 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지키며 26년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는 이선희 대표의 오빠, 올케언니, 남동생도 함께 힘을 보태고 있는 어엿한 가업이다.

“여기는 전통이에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목판본인 무구정과다라니경,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을 갖고 있잖아요. 그 기술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는데 우리도 잘 계승해서 후진들에게 조상들의 전통 서각을 전수해야죠.”

소중한 서각 기술을 계승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제조업을 20년 넘게 이어왔지만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 서각 작업을 하고 있는 이선희 예성예술원 대표./사진제공=예성예술원

지금도 이선희 대표는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서각은 문(文)과 도(刀)의 만남으로, 본인이 얼마나 시간을 투자고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조형 예술작업이기 때문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땐 충격이었죠. 충격이었지만 제가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코로나19 터지고 매출이 80% 급감했을 때도 힘들었고, 최근 나무 원자재 가격도 너무 올랐더라고요. 마음고생은 했지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이선희 대표의 남편인 고 김환중 대표는 아버지의 가업을 계승해 운영했을 시절, 장애인을 37명 고용해 서각 기술을 전수하며 사회 진출을 도와 안성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서각은 칼과 망치 두 개로 하는 거다 보니 손만 멀쩡하면 할 수 있어요. 그 친구들이랑 평생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먼저 가다 보니까 제가 다 이끌고 책임질 수가 없어서 지금은 가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여기는 마음의 고향이고 소통의 장소에요. 저는 제가 '뭐가 되고 싶다', '하고 싶다' 이런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제가 이 자리에서 잘 버텨주면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 식구들, 여기 다녔던 장애인들이 언제든 올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되잖아요. 이게 저에게는 가장 큰 일이에요. 여름철 뙤약볕에 땀 뻘뻘 흘리면서 휠체어 타고 오는 것을 보면 절대 문을 닫을 수가 없죠.”

예성예술원은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 용품과 국회의원 명판 등을 주로 주문 제작하고 있지만 전통이 혁신이 되는 서각의 세계를 대중들에게도 알리고자 한다.

“서각은 취미활동으로도 굉장히 좋아요. 시(詩), 서(書), 화(畵)에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고, 단순한 나무 조각이 영감을 주고 편안함과 도전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 서각의 세계죠. 특히 잠이 안 올 때 하면 날이 새도록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붓글씨가 1차 예술이라면 서각은 3차 예술이라고 하거든요. 붓글씨 위에 조각하는 것이기에, 초보자도 6개월 정도 배우면 기본기는 익힐 수 있어요. 그 이후론 본인의 정성이에요.”

/김보연 기자 boyeo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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